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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블로거]이제, 2인자 리더십에 주목할 때 일상생활


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23092


2010년에 주목하는 ‘2인자 리더십’

<복종하며 지배하라>
김헌식 지음, 연암사, 2009년 11월 25일 발행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서 말하듯,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스포츠건 연예인이건 공부건 예술이건 2등은 주목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내 지난 30년 역시 그랬다. 1등이 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애썼다. 학창시절에는 반에서 1등을 하려고 잠이 오지 않는 약을 먹어가며 헛수고를 했고, 기자가 되고나서는 누구보다 특종을 많이 하고 싶어서 휴가도 반납하고 취재를 다녔다.

그래봤자 늘 1등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니기에, 최선을 다 한 것과 상관없이 영광은 1등이 모두 누린다는 것쯤은 수도 없이 경험했다. 1등과 2등은 등수로는 하나차이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현실적 지위와 보상의 차이는 엄청나다. 계단으로 치면 한 100개쯤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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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되고나서 1등이라는 사람들, 참 많이 만나고 다녔다. 정치인도 있었고 연예인도 있었고 학자도 있었다. 자타공인 1등, 그러니까 1인자라는 사람과 서너 시간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혹은 술이라도 한 잔 하고 나면 느껴지는 공통된 느낌이 있다. 내용에 비해 포장이 그럴듯한, 홍보와 언론플레이를 통해 업적을 부풀린, 대중적으로는 굉장한 1인자로 비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해서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이런 느낌에 대해 이 책의 저자 김헌식은 “1인자의 위치란 대중적 인지도와 관계가 깊다. 그 대중적 인지도는 실체가 아니라 이미지에 대한 각인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지식은 많지만 경험이 없는 이, 지식과 경험은 많지만 통찰력이 부족한 이, 지식과 경험과 통찰력은 있지만 상상력을 실종당한 이. 텔레비젼과 잡지에는 스스로 차고 넘친다는 셀레브리티형 1인자들이 나날이 새로 등장하지만, 도대체 젊은 세대가 보고 배울만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진정한 실력자를 찾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롤모델 부재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여, 2인자 리더십에 주목하라

여대생들은 매년 이뤄지는 설문조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 1위를 재벌가 2세와 공중파 방송 아나운서라고 답한다. 예전에는 백지연이었고 요즘은 김주하, 예전에는 이건희였고 요즘은 이재용이 되는 셈이다. 존경과 동경, 실력과 유명세의 차이를 모르기에 나온 결과가 분명했다.

내 나이 서른. 진정한 실력자, 그러니까 정말로 멋진 사람을 찾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 롤모델 부재에 시달리는 동 세대 젊은이들과 한 줄기 빛 같은 것을 공유하고 싶기도 했다.

그런 것들을 느끼기 시작한 후부터는 2인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언론에 화려한 모습으로 홍보되지는 않지만 내공이 있는 사람, 변방에서 활동하면서 진정한 1인자를 만들어내는 조연들. 그 후로 내가 인터뷰 했던 사람들은 김연아가 아닌 김나영, 이병헌이 아닌 무명의 재연배우, 앙드레김이 아닌 최범석, 이현세가 아닌 언더그라운드 만화가, 잊혀진 아이돌 가수등이었다.

1인자들이 그렇듯 2인자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화려함보다는 실리를 추구한다. 인기를 좇는 허영이 아닌 양심을 따르는 원칙을 고수하는 편이다. 빨리 성공하고 싶어 하는 조바심보다 천천히 오래가고 싶어 하는 끈기가 있었다. 이런 공통점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2인자들은 현실론자들이고, 1인자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낭만주의자, 낙관주의자들이다. 낙관주의라고 하면 긍정의 의미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현실성이 없는 낙관은 관념적이며, 이 때문에 실패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참모에게 필요한 것은 객관적이며 냉철한 현실인식이다. 앞날에 대해 무조건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견해만 지닌다고 과업이 성취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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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저자는 역사 속의 많은 2인자들과 세계적인 수많은 2인자 기업들에 주목했다. 그 중에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 말은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2인자의 자질에 대한 일화다. 스톡데일은 베트남에서 포로가 된 미군 장군으로 협상을 최선으로 이끌고 포로들을 구출해 낸 영웅으로 꼽힌다. 목숨이 걸린 절박한 상황 속에서 막연한 낙관이 아닌 냉철한 현실인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예다. 이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국에는 1인자를 뒷받침해 주는 2인자들이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벤처 단지가 성공하지 못한다”는 안철수 소장을 말을 인용한다.

1인자는 2인자를, 2인자는 1인자를 잘 만나야

1인자를 만들어내는 오래가는 2인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희생과 헌신이다. 책에 등장하는 멋진 2인자들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1인자는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한다. 정치적 쇼를 태생적으로 좋아한다. 그러나 2인자로 살기 위해서는 당장의 어떤 보상이나 결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믿음을 바탕으로 공존하고 공생하려는 행동이 필수적이다. 2인자는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아도 다 함께 잘되는 것을 지향한다. 전체를 위해 악인의 역할을 자처할 지언 정, 선량한 본성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함께하면 우월해질 수 있는 존재’로 느끼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희생하고 헌신하는 2인자 위에 그런 1인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2인자 없이 1인자가 존재할 수 없는 이유도 그래서다.

같은 맥락에서, 2인자도 1인자를 잘 만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책에는 중국 노나라의 좌구명이 쓴 춘추좌씨전에서 대숙이 한 말이 등장한다. “낮은 언덕에는 송백이 없다”는 문장이다. 1인자의 그늘 아래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생존법을 잘 나타내 주는 표현이다. 1인자의 어깨가 높을수록 그 어깨에 올라 멀리 바라볼 수 있는 것이 2인자다. 국내 예능 버라이어티의 공공연한 1인자 유재석이 있었기에 2인자로서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던 박명수만 떠올려 봐도 적용이 가능한 논리다.

이처럼 1인자와 2인자의 경험과 역할이 똑같이 중요한 것인데도 이제껏 우리는 1등의 성취에만 주목해온 것이 사실이다. 모든 사람이 1등으로 살 수는 없는 현실 속에서 ‘자처하는 만년 2등’의 삶과 그 방식에 주목할 때가 됐다. 물론 2인자도 사람이기에 1인자가 되지 못한 시기와 질투, 혐오와 분노가 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자신을 적절히 다스리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2인자는 항상 겸손하고 절제하며 주변을 배려하는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한다.

“2인자들은 1인자 뒤에서 일관성을 보인다. 2인자들이 안정되게 일관성을 갖는 이유는 1인자 뒤에서 잃기 쉬운 기본 원칙이나 원리를 다시금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정리처럼 진정한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느 날 갑자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2인자의 경험을 사서라도 해볼 일이다.

2인자 리더십은 비단 2인자들만이 아니라 1인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도 구사해야하는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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