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rillaz, 〈Plastic Beach〉, 2010 On the Record

01. Orchestral Intro (Feat. sinfonia ViVA)
02. Welcome To The World of The Plastic Beach (Feat. Snoop Dogg and Hypnotic Brass Ensemble)
03. White Flag (Feat. Bashy, Kano and The National Orchestra For Arabic Music)
04. Rhinestone Eyes
05. Stylo (Feat. Mos Def and Bobby Womack)
06. Superfast Jellyfish (Feat. Gruff Rhys and De La Soul)
07. Empire Ants (Feat. Little Dragon)
08. Glitter Freeze (Feat. Mark E Smith)
09. Some Kind of Nature (Feat. Lou Reed)
10. On Melancholy Hill
11. Broken
12. Sweepstakes (Feat. Mos Def and Hypnotic Brass Ensemble)
13. Plastic Beach (Feat. Mick Jones and Paul Simonon)
14. To Binge (Feat. Little Dragon)
15. Cloud of Unknowing (Feat. Bobby Womack and sinfonia ViVA)
16. Pirate Jet 

'세계 최고의 가상밴드'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데이먼 알반의 프로젝트 밴드 고릴라즈. '2D', '머독', ' 러셀', '누들'로 이루어진 이 4인조 가상밴드의 캐릭터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음흉하고 음울하기 짝이 없다. 아무렇게나 나 있는 이빨과 긴 손톱, 기분 나쁜 웃음에 알듯 말듯한 표정. 그들의 주위엔 늘 총이나 칼 같은 무기가 있고 피부색 또한 기괴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고릴라즈'라는 네 명의 캐릭터는 동시에 늘상 어딘가 모르게 귀여운 느낌을 주는 바,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고릴라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멜랑콜리하고 세기말적인 캐릭터들이 뿜어내는 익살.

팀 버튼이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같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우리에게 선사했던 것과 같은 역설적인 느낌을 고릴라즈라는 캐릭터들이 다시 한 번 재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귀여운 유령'이 주었던 느낌을 이번엔 '귀여운 범죄자들' 혹은 '귀여운 악동들'이 주고 있다. 

데이먼 알반이 (실제 세계에서) 주도해온 그들의 음악 또한 그러했다. 비트는 나즈막하고 느릿느릿하다. 음악의 주를 이루는 일렉트릭 사운드는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풍기며 랩핑은 종종 낮고 음침하게 깔린다. 거기에 데이먼 알반의 보컬은 때론 부드러운 듯 하나 때론 한없이 멜랑콜리하다. 그러나 그러한 음악 속에서 우리는 또한 재기 발랄한 면모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고릴라즈의 캐릭터들과 그들의 음악에서 풍기는 이런 일관된 분위기는 이번 앨범 <Plastic Beach>의 컨셉과도 정확히 조응한다. 빚더미에 올라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던 머독이 '생계유지수단'으로 음악을 하기로 마음억은 뒤 찾아가게 된 쓰레기 더미 섬 플라스틱 비치. 머독은 이 플라스틱 비치에 스튜디오와 거주공간을 만들고 음반 작업에 돌입한다. 누들은 실종되에 행방이 불분명하고 러셀은 친구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다. 2D마저 고릴라즈에 합류하길 거부하지만 악랄한 머독은 2D를 납치해 플라스틱 비치에 감금한 채로 음반작업을 진행한다. 그러던 중 머독은 플라스틱 비치로 떠내려온 한 권의 책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세계의 멸망이 기록된 묵시록이었다(이상 '플라스틱 비치'의 앨범에 포함된 설명 글 참고).

'해변'의 이미지는 우리로 하여금 푸르른 바다와 하얀 백사장, 거기에 쭉 뻗은 야자수의 낭만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하지만 머독이 작업했던 '해변'은 쓰레기 더미와 기름 찌꺼기가 쌓여 만들어진 '플라스틱 비치'였다. 이러한 '플라스틱 비치'는 마치 우리가 생화가 아닌 조화를 볼 때의 느낌을 연상케 한다. '꽃'이라고 하는 생명력 넘치고 로맨틱한 이미지와 '인공'이라고 하는 작위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조화처럼 플라스틱 비치는 해변이라고 하는 낭만 그리고 쓰레기, 플라스틱 등에서 연상되는 불쾌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 마찬가지로 음반 작업이 진행된 과정까지를 접하고 나면 음울하고 세기말적인 느낌을 감출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해변'과 '만화캐릭터'가 가져다 주는 익살을 포기할 수가 없다. 

<Plastic Beach>에서는 이처럼 캐릭터와 음악, 앨범의 컨셉 각각이 일견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들을 동시에 내포하면서 조화롭게 상응한다. 스트링 사운드가 주가된 오케스트라 인트로는 이러한 신비로운 고릴라즈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로 우리를 안내한다. 음침한 분위기의 2번 트랙'Welcome to The World of The Plastic Beach'는 그러나 이 세계가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임을 암시하는 듯 하다. 5번 트랙 'Stylo'는 밴드와 앨범의 이런 독특한 분위기가 잘 응축된 곡으로서 첫번째 싱글로 컷트되기에 적절했다. 베이스와 신디가 지속적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랩핑과 보컬은 은근한 익살을 품고 있다. 브루스 윌리스가 열연한 뮤직비디오 또한 범죄물과 애니메이션이 조화를 이루며 멜랑콜리와 익살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한다. 6번 트랙 'Superfast Jellyfish'는 익살이 조금 더 부각되는 곡으로 앨범을 통틀어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곡이다. 10번 트랙 'Melancholy Hill' 또한 이지-리스닝(easy-listening) 곡으로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 담고 있다. 별단른 보컬과 랩핑 없이 일렉트릭 사운드로만 이루어진 8번 트랙 'Glitter Freeze' 또한 추천할 만하며 11번 트랙 'Broken'에서는 데이먼 알반의 보컬이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Plastic Beach>를 통해서 데이먼 알반은 이제 카투니스트 제이 휴렛과 같은 여러 아티스틀과 함께 하나의 가상 밴드가 아닌 그 밴드가 사는하나의 세계를 창조해 나가고 있는 듯 하다. 그 가상 세계는 한 편으로는 범죄와 마약 등의 무한한 자유가 허용된 세계이기도 하며 또 한 편으로는 쓰레기와 찌꺼기들의 세계이기도 하다. 고릴라즈의 세기말적이고 재기 넘치는 음악은 그 세계와 상응하며 '플라스틱 비치'라는 공간은 정확히 그 세계의 압축판이다. 

Share
TAG

Leave Comments



T-NA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