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단편
2010.02.11 12:39 Edit
집으로 가는 버스는 오묘하다. 즐거운 일이던 우울한 일이던 간에 결국은 사람을 지치게 하는 모든 바깥 일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는 또 다시 나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불행히도 오늘 버스는 만원이다. 다행히도 오늘은 별 일 없던, 그저 그런 날이다.
버스 맨 뒷자리 창가에 앉아 머리를 살짝 기댔다. 찬 기운이 뜨거운 머리를 식혀주는데 웬 모르는 여자가 내 옆에 앉아 엉덩이를 붙였다. 앞에 다른 자리도 많은데 무슨 짓인가 싶어 닿은 몸을 떼려 창문에 바짝 붙었다. 그런데 모르는 여자도 창문 방향으로 몸을 움직여 나에게 바짝 붙이는 게 아닌가.
'자꾸 붙으면 먼저 덮쳐버릴 테다.'
잠시 옆의 모르는 여자와 손을 잡는 망상에 빠져봤다. 손을 잡고, 안고, 키스를 하고, 더듬고, 그리고…. 결국은 상상일 뿐이다. 이 여자는 모르는 여자니까. 그래, 모르는 여자다.
버스가 집에 가까워질 수록 더욱 몸을 가까이 붙이던 모르는 여자는 이제 아예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몇 마디 말을 중얼대며 시선을 유도했지만 내 시선은 여전히 버스 밖 풍경에 있었다. 모르는 여자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들릴 만큼 가까이 붙었다는 민망함과 평소에도 사람과 몸이 붙는 걸 싫어해 짜증이 치밀 법한 일인데, 왠지 이런 일반적인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갑자기 무릎이 축축해졌다. 모르는 여자가 품에서 눈물을 흘린 것이다. 여자가 울고 있으니 별 상관없는 사이인데도 괜스레 마음이 저리면서 눈이 시큰했다. 점점 커져 버스안의 사람들 시선을 모은 여자의 울음소리를 무시하려고 나는 언제부턴가 들리던 귀에서 울리는 벌 날갯짓 비슷한 소리에 집중했다.
사람들이 거의 내릴 때까지 한참을 울며 중얼거리던 모르는 여자는 내가 집에 도착할 무렵 울음을 그치고 마침내 결심을 내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났다.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걸어가는 모르는 여자의 뒷모습이 한순간 아찔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버스를 기다리는 뒷모습과 거꾸로 가는 지하철, 소리치는 여자, 식사, 나눠 낀 이어폰, 웃는 나와 모르는 여자. 그렇지만, 나는 저 여자를 모르는 걸. 흐릿하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파노라마를 억지로 걷어버리고 모르는 여자의 뒤를 따라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역 근처에 있는 아파트 단지 방향으로 여자는 빠르게 걸어갔다. 나 역시 뒤를 돌아보지 않고 반대편으로 걸었다.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멀어져간다. 그래도 뒤를 돌아보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린, 아무것도 아닌 사이니까.
집으로 가는 버스는 참 오묘한 공간이다.
내가 두번째로 쓴 연애소설을 네번째 고쳐썼다.
글에 나오는데로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한 번에 쓰고, 살짝 오타만 수정해서 블로그에 올렸었다.
반응은…암담했다.
이 소설의 문제는 대체 이게 무슨 내용인가를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거다.
그렇다고 작가가 내용을 설명해 주는 건 읽는 재미를 없애는 짓이라 생각해서, 결국엔 내가 잘 표현하는 수밖에 없다.
(위의 앞 문장이 어디서 본 거 같다면, 아마 구아바님의 블로그일 겁니다. 뭐 작가들이 독자의 몫을 중요시 하는 게 보편적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수정이 많았다.
이정도면 조금은 내 의도를 독자가 알 수 있으려나. 기대해본다.- [2011/04/30] [삼성전자, 갤럭시SⅡ 출시]갤럭시SⅡ를 공개합니다! (1482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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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혹시나 내 단편집 같은 거 나오게 되면 다시 써서 낼 이야기니까, 그 때도 잘 봐줘,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