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A 2010년 글
2010.09.05 05:35 Edit
아놔, 어제 또 노느라 글을 못썼군요. 오히려 휴일엔 너무 늘어져서 쓸거리가 없어지는건 아닌가 모를지도... 별건 없고 Mr.돈 집에서 맛있는걸 잔뜩 얻어먹고 만화책을 실컷 보면서 최고조로 여유를 부리다가 왔네요. 태풍이 오니마니 하고 있던데 대체 매번 태풍이 올때 초토화되던 남부는 올해에선 어찌 이리 조용한지. 한달전 여행길에서 탄 팔뚝이 채 거뭇한 끼가 사그라드기가 무섭게 아스팔트 위에서 다시 타들어가는 것 같아서 이동해야할 땐 내내 차 속에서 에어컨의 축복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았더랬죠. 그보다 4년째 차 속에서 틀어대고 있는 에어맨, 억천만과 잼프로젝트의 노래들이 제가 다 지겨워서라도 음악시디 하다 구워다 줘야겠습니다. -_-; 날도 좋고 맛있는 음식과 평소같지 않은 여유가 한껏 넘치는 시간 속에서도 들리는 음악이 신나야할텐데, 어째서인지 인간이 쳐낼 수 없는 드럼 인스트루먼트가 베이스 진동을 발아래부터 자극하는 속인데도 김광석 노래가 문득 떠오르더군요. 눈물 고인 내 눈 속에 별 하나가 깜박이네요 눈을 감으면 흘러내릴까봐 눈을 못감는 서글픈 사랑...
한 바보같은 남자가 있었고... 한 여린 여자가 있었습니다.
남자가 다 쓴 치약튜브를 쥐어짜내듯 안간힘으로 일궈낸 희망과 끝자락의 마음을 담아 짝사랑하던 소꿉친구에게 자신의 감정을 가장 순수한 상태로 표현했을 때, 짜낸만큼 안쓰러울 짧은 마디로 가볍게 거절당했을 때 남자는 넘치기 일보 직전이었던 그릇이 깨지고 무너져버렸습니다. 공허와 허무함이 화산이 폭발해 사방에 재가 쏟아져 모든걸 묻어버리 듯 남자의 인간다운 감정이 무너져갈 때, 여자는 조용히 다가와 남자의 새 그릇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잿 속에 묻어져도 좋았을 것을, 품어주었던 여자를 위해 남자는 모든 것을 바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를 일으켜 세웠지만 자신의 그릇은 어떤 형태로 만들어야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여린 존재였습니다. 남자는 그런 사람을 지키고자 쓰러져가는 몸뚱아리를 한계 앞에서 일으켜 세우고 부족한 자신이라도 상대적으로 가진 것이 많은 자신의 것을 다 넘겨주자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살아남고... 이윽고 오래 지나지 않아 정말로 사랑하게 되었지만.
여자는 솔직하지 못하고 직설적인 가족 속에서 자신의 솔직한 감정표현 방법조차 배우지 못하고 주눅들며 살아온 극히 여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자신이 조금이라도 위로 받고 싶은 마음에 타인에게 의지해오길 거듭했지만 이용당하거나 잘못 기대어 상처만 입어왔을 뿐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기댈 곳이 필요했습니다.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가 고독해지기 싫어 남자를 주워왔을 뿐입니다. 하지만 남자는 주제넘어 자신을 간섭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기대고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것은 좋지만 간섭하거나 압박해오는 것은 싫었습니다. 여자는 남자를 가슴으로 사랑하진 않았습니다. 아직 자신의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리지만 천성이 착한 그녀는 남자가 해주고 싶은대로 해주고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었지만 본질은 남자를 주워온 것에 금방 후회가 일었습니다.
잘못 맞물린 바퀴는 한쪽의 이가 모두 날아가버릴 때까지 돌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여자는 단 한번도 남자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남자는 여자의 그런 점을 새로 받은 인간이라는 그릇, 융통성이라는 그릇, 인내심이라는 그릇에 담을 수 없게 됨을 느끼자 결국 여자를 자신의 것으로 두기를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남자는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건 자신뿐이었고, 여자는 자신이 기댈 사람만 필요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초심에서 달리하여 자신이 아무것도 받는 것이 없더라도 ㅡ 심지어 진실한 감정 : 사랑마저도 ㅡ 그녀가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홀로 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부스러져가는 육체를 한계에서부터 참아내고 자신의 영역을 최소화하면서까지 그녀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붓고 났을 때, 여자는 남자의 그런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이 기댈 곳을 찾아 떠났습니다. 친구로 남을 수도 있었지만, 여자는 그러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새로 받은 그릇마저 파도가 쓸고 가버린 모래성처럼 흔적과 형태도 남지기 않고 스스로 그릇을 깨버렸습니다. 이제 아무것도 담을 수 없게 된 것 같습니다. 여자는 남자에게 처음 다가왔을 때처럼, 새 그릇 이후로 아무것도 더 넘겨주거나 변하지 않은채, 자리를 털고 떠났습니다.
눈물 고인 내 눈 속에 별 하나가 깜박이네요 눈을 감으면 흘러내릴까봐 눈을 못감는 서글픈 사랑...
엊그제 몇가지 택배가 왔었습니다. 목걸이와 반지 한쌍이었죠.
지구 종축 반대편 무더운 타지에서 말도 통하지 않고 낯설기만 한 도시를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쓸만한 선물거리를 찾다가 이윽고 찾아낸 이 사파이어 팬던트는, 당시 돌아다니던 날의 하늘 빛과 처음 만났을 때의 두근거림처럼 영구한 파란 빛을 띄고 있던 작은 악세사리를 직접 목에 걸어다 줬을 때의 기억, 그리고 항상 만날 때면 단 한번도 빼먹지 않고 걸고 나오던 모습에 반하고 있었던 바보같은 자신과 그녀의 시간을 지내왔을지 모두 지켜보고 있었을 의미를 두루 담은 목걸이랍니다. 그리고 억지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어 서로를 갉아냈던 것처럼 무수한 기스가 처음 함을 열었을 때의 매끈함을 다 갉아버린 한쌍의 백금 반지.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걸 모두 돌려달랬더니 이렇게 돌아왔죠. 전 이걸 어떻게 할지 사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가장 손이 쉽게 닿는 위치에서 다시 꺼내어보고 만져도보고 하지만 예전만큼 그립지는 않은 것 같네요. 이게 제 손으로 돌아온 이상, 이제 서로에게 흘러가버린 시간은 제가 잊어버린다면 그 누구의 기억에서도 사라지고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요. 길지는 않았습니다. 3년반? 아마 사랑했던만큼, 잊는데는 같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걸로 제가 해야할 몫은 다 떠안고 깨끗하게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은 전혀 받은 것이 없지만 내가 사랑했었고, 하는 행동이 싫었지만 사람이 밉지는 않았고, 결국 무엇 하나 바뀌지 않은채로 혼자서 부담해야할 몫만 남긴채 끝나버렸지만, 제가 결정해서 이끌어진 결과니 후회는 없는 것 같네요. 그래서 그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때로 돌아갈 이유는 없겠죠.
쓸데없이 블로그에다 썰을 풀고 있는 것보니 저도 어지간히 외로운 모양입니다.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영 없는 것도 아니지만 원채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에 지난 공허감을 깨끗하게 털어내고 채워나가기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네요. 쓸쓸한 새벽입니다. 맥주와 구운 닭가슴살이 땡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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