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딸 특혜사건, 사과와 취소로 끝날 일 아니다 정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장관의 딸' 특혜 논란이 빚어진 지 만 하루도 안 돼 손을 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이미 언론에 미주알고주알 나왔으므로 생략하고, 본질만 말한다면 자기가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부서에서 특채를 1명 뽑는데 그것을 자기 딸로 덜렁 뽑았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특혜 논란을 빚자 유 장관이 3일 아침 입을 열었다. 그는 우선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채용되는 것이 특혜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딸도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공모,응시한 것을 취소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간단히 말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특혜 합격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모든 문제가 끝나는가? 절대 아니라고 본다.
 아버지가 장관인 부서에 단 1명을 특채로 뽑으면서 그것을 자신의 딸로 채우는 염치 없음이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과와 특채 취소로 그동안의 논란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더 어이가 없고 염치가 없어보인다. 

  아버지 잘 만나 유능하게 큰 유 장관 딸이 외교부에서 뽑는 사양에 잘 맞는 인재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임용 절차가 투명하고 엄격하다고 할지라도 장관의 딸을 특채했을 때 논란과 의혹이 일 것이라는 것은 상식의 눈으로 볼 때 명확관화하다. 그래서 예전 사람들도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고, 오이밭에선 신발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공직자로서 만일에 하나 생길지도 모르는 잡읍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기본적인 상식이고 직업윤리이다.
 실제로, 임용 과정에서 특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장관의 딸이 응모를 했고, 그것을 실무자들이 아는데 이들이 정녕 영향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나는 절대 없다고 본다. 특히, 승진이나 보직에 어느 부서보다 목을 매는 외교부 직원들로서는 장관의 딸이 임용한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외교통상부 출신의 한 전직 고위관리는 나에게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그쪽 출신이라는 게 챙피하다"고 말했다.

 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도 염치도 도덕도 교양도 없긴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파문이 일 줄 잘 몰랐다.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없던 일로 하겠다.' 참으로 편리한 그들만의 방법이다. 어찌 많이 들어본 말이 아니던가. 특히 이명박 정권 들어서. 최근의 총리 및 장관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이명박 정권의 많은 고관들이 무슨 문제나 잘못이 발생하면, `미안하다. 이제까지 잘못한 것 지금 되돌려놓겠다'는 태도가 아니었던가?

 유 장관이 보인 몰염치, 비도덕, 무교양은 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명박 정권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아무리 이 대통령이 말로 공정한 사회를 외쳐도 소용이 없다. 장관이 자기의 딸을 특채하고 이것이 문제가 되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임용 취소만으로 문제가 일단락된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통용된다면 그 사회가 과연 공정한 사회인가? 혹시 이명박 정권 담당자들의 가치관이나 시각에서 볼 때 그것이 공정한 사회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가 이제까지 고군부투하면서 쌓아온 도덕, 교양, 염치의 기준에서 볼 때는 아니다. 적어도 그런 물의를 빚었으면, 그것을 인정하는 것과 함께 자리 정도도 함께 물러날 줄 아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반성의 진정성이 있고, 발전이 있는 것이다. 지금 유 장관이 하는 태도와 말을 뜯어보면, `난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괜히 트집잡고 있네, 하지만 뭐라고들 하니까 내가 손해 보지' 하는 뉘앙스가 풍긴다.

 유 장관은 제대로 반성하려면 딸의 임용을 취소(그것도 자신이 아니라 딸의 뜻을 전하는 형식으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물러나는 것이 옳다. 직원 한 명을 뽑는 데도 그 정도의 흐릿한 판단밖에 할 수 없는 인물에게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외교를 맡긴 것이 애초부터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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