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 극장판 · 문학소녀와 통곡의 순례자 感想:Sentiments

 라이트노벨이라는 소설의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이 카테고리는 다분히 장르적이고 전기적인 특징을 지녔으며, 문장력보다는 서사구조에 더욱 많은 중점을 두고, 소설이 가지는 형식미. 즉 소재·구성·연출에서 다소 자유로운 분위기를 허용해 읽기 쉬운소설이라는 슬로건으로 대중에게 사랑받으며, 현재에 이르러선 OSMU를 통해 서브컬쳐의 한 카테고리로서 당당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라이트노벨중에서는 걸작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 많이 나왔고 '문학소녀 시리즈'의 경우는 서브컬쳐계통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고 하더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작품으로 수작은 물론, 걸작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작품입니다.

문학소녀?

 문학소녀의 매력을 이런 짧은 내용으로 모두 전해드릴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도록 하고, 오늘은 간단히 소개만 해드리겠습니다.

 제목에서 알수 있듯, 문학이라는 다소 딱딱해 보이는 소재를 모티브삼아 문학소녀와 그녀에게 휘말려든 관찰자·주인공이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며 성장해나가는 전기형 미스테리 주브나일 학원물. 자칫 지루해질수도 있는 문학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지만 결코 딱딱하지 않습니다. 머리아프지 않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안전하지 않습니다.(?) 엄청 재미있습니다. 모티브가 된 원작을 몰라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수 있고, 원작을 알면 더욱 즐겁게 읽을수 있는 그런 작품입니다.

 현재 학산문화사의 라이트노벨 레이블인 EX노벨에서 시리즈 발간 중. 본편은 6편+외전 1편 8권으로 완결이 됐고, 현재 단편집이 한권 출간 됐습니다.
 본편에서 모티브로 삼은 문학작품으로는 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 폭풍의 언덕(에밀리 브론데), 오페라의 유령(가스통 르루), 은하철도의 밤(미야자와 겐지), 야차연못(이즈미 쿄카), 좁은 문(앙드레 지드)입니다.
 위의 작품들을 모티브 삼는다고 하지만 해당 작품의 사건들이 비슷하게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충실하게 작가적 재해석이 이루어져 모티브들을 망가트리지 않고 오히려 해당 작품을 다시금 읽고 싶게 만들어 버리지요. 문학의 기능중에는 색다르게 보기를 떠올리시면 쉽게 이해하실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

 그리고 시대적 흐름의 요구에 따라, 이 작품도 미디어 믹스를 통해 애니메이션화가 됐습니다. 제작자는 극장판·공각기동대로 유명한 I·G. 작품성 있는 애니메이션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반갑기만 한 소식은 아니었습니다. 대놓고 떠들순 없어도, 기획단계 부터 다양한 미디어로 제작할것을 전재로 서사를 구성한 OSMU가 아닌, 원작을 다른 미디어로 재구성 하는 미디어 믹싱의 경우, 각 미디어간의 연출·구성법을 비롯한 기초적인 문제에서 부터 제작환경에 이르는 어른들의 사정까지 포함해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는 허다하니까요.

 물론 그러한 요인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원작을 뛰어넘는 사례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미디어 믹싱에 익숙한, 즉 제작 노하우를 갖춘 제작환경이 그런 사례를 빚어낼수 있지요. 하지만 I·G같은 경우에는 자체제작의 경우가 더 호평이 많았고, 또한 그런 노하우가 축척이 되어있던 제작사였기에 걱정반, 기대반으로 극장판을 기다려 왔습니다.

 그리고 I·G는 서브 스토리를 겸한 트레일러 한편으로 걱정을 줄이고 기대를 키워주더니 결국 명성에 걸맞는 걸작을 만들어 냈군요.

문학소녀와 통곡의 순례자

 해당 부제는 문학소녀 본편의 다섯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입니다. 그리고 그 에피소드는 이번 극장판의 원작이지요.
 원작이 된 문학작품은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원작(문학소녀와 통곡의 순례자 소설편)에서는 은하철도의 밤 뿐만이 아니라 미야자와 겐지라는 인물과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해당 에피소드는 문학소녀 전체 시리즈중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이라서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던 부분인 만큼 차분하게 시간을 들여 그 시점까지 이야기가 완성되어지는 과정을 통해 세계관과 인물·사건들을 모두 쌓아놓은 다음 보여주는게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기존에 보여준 트레일러 한편으로 족하다는 듯,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개 시킵니다. 본편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지금 시점이 어느 시점인지 알수 있도록,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인물들의 특징과 상관관계를 한눈에 알수 있도로 차분하고 꼼꼼하게, 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도록 이 작품의 세계관을 알기 쉽고 느긋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발한발 시청자를 더 이상 돌이킬수 없는 곳으로 몰아 놓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분위기가 급반전을 이루어냅니다.
 수초만에 전혀 다른 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어색함이라고는 전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페이스가 무척 빠른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전기형 미스테리로 분류할수 있는 내용치고는 상당히 느긋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지요. 물론 문고본 347쪽 분량의 내용을 고작 100분 안에 담아내기 위해 원작의 상당부분이 잘려나갔고, 그렇게 잘려나간 부분과 전편들에서 쌓아왔던 이야기(복선)들을 보여주기 위해 조금 빠르게 느껴지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문학소녀와 통곡의 순례자로 충분히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부분 마저 꼼꼼히 확인을 시켜줍니다.

 그리고 그런 차분하고 꼼꼼한 부분은 소설 문학소녀 시리즈와 많이 비슷합니다. 거기에 I·G이기에 할수 있는 것들이, 원작을 일탈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애니메이션이기에 보여줄수 있는 것들을 모두 보여준 연출. 정신을 차려보면 문학소녀의 매력에 흠뻑 젖어 헤어나올수 없게 만드는 뛰어난 구성. 이 애니메이션도 문학소녀구나 하고 다시한번 확인시켜줍니다.

아쉬운 점

 그토록 뛰어난 작품이기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른 좋은 애니메이션들 보다는 아쉬움이 덜 남는게 이 작품의 완성도라고 할수도 있지만, 없는 건 아니니 언급해 봅니다.

100분. 그리고 통곡의 순례자

 분명 이번 에피소드의 애니메이션화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발단 전개 다 잘라먹고 갑작스래 절정으로 시작하는 건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이런 아쉬움은 제가 원작을 모두 접해봤기에 “이 이야기는 사실 이 보다 더 재미있을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수 있는 부분 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분명히 말해두자면, 문학소녀 극장판은 가감없이 문학소녀와 통곡의 순례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통곡의 순례자편으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잘라내야 했던 부분들이 있고, 그런 상황에서 100분이라는 짧은 런타임 안에 모든 걸 담아낼수 없어서 고민한 흔적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이야기의 전체적인 리듬을 흐트러 트려 가장 몰입도가 높아야하는 부분을 다소 지루하게 느끼게끔 만들었지요. 이는 전기형 미스테리로서는 감점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2% 부족한 등장인물들

 방금 언급한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만, 캐릭터들의 동기가 모두 드러나질않아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어딘지 모르게 비슷해보입니다. 이 인물들의 뚜렷한 개성은 어디까지나 그동안 쌓아왔던 이야기를 통해서만 전달이 되는 부분들인데, 그 부분들을 하나도 보여줄수 없는 상황에서 서사를 전개시키니, 인물들이 하나같이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개성은 있지만 이런 소소한 공통점이 남아 뚜렷한 캐릭터형성에 장애로 남아 원작을 본 입장에서는 “나으 미우땅은 (특히 목소리가) 이렇지 않아!!”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색함을 느끼게 하고, 원작을 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저 캐릭터는 왜 나왔지? 왜 저런말을 하는 데 왜 아무말도 안 하지?” 같은 의문점을 남기고 맙니다.

 이런 부분은 깔끔한 결말속에 두드러질 우려가 있고, 옴니버스를 통해 소년과 문학소녀의 성장을 그리는 '문학소녀 시리즈'답지 않은 부분이라 무척 아쉽게 느껴집니다.
 나나세가 귀엽지만 그 귀여운 나나세가 왜 굳이 나서서 악역을 자처했는지, 왜 코노하를 좋아했는지를 이 이야기 안에서 모두 보여줄수 없다면, 잘라내는 것보다는 미리 보여주는 게 훨씬 문학소녀답다는 거지요.

CG

 많이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구도적인 면에서는 불만이 없습니다.
 하지만 CG라는 티가 심하게 나서 전체적인 분위기 속에 어울려 들지 못하고 CG만 사용된 장면들만 따로 노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부분은 시청자의 집중력을 저해시키는 실수중 가장 큰 실수에 속하는 법이지요.

통곡의 순례자

 하지만 그런 (나름대로 치명적일수도 있는) 아쉬움이 남지만, 기초적인 서사가 튼튼하고, 그걸 보여주는 방법이나 재구성한 결과 역시 워낙 출중해 그런 아쉬움따위 신경쓰지 않고 볼수 있습니다.
 라이트노벨이기에 가능한, 그리고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좋은 이야기.
 읽을 책이 없을 때, 심심해 미칠거 같을 때 한번 봐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저는 DVD로 봤지만, 국내개봉한다면 3회차정도는 찍을수 있을거 같군요. 마음속으로 통곡을 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BD국내 정발을 기도하겠지요.

뱀발 : 얀데레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에피소드. 연기는 분명 잘하는데 미우의 목소리는 왠지 허스키보이스가 잘어울릴거 같단 말이지.

곰발 : 나나세 너무 귀엽다. 치세보다 귀여워 보이는 건 두 캐릭터 연출에 문제있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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