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7 Daily

1.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은 어쨋든 계속하고 있다. 생각만 하고 있다. 그 결과물이 이 블로그다. 꾸준히 읽을 만한 업데이트라고는 없는 이 파업블로그. 서핑을 하면서 이런저런 사람들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는 게 재미있다. 예전엔 정말 유명한 블로거들이나 글쟁이들의 글을 읽는 게 좋았다. 요즘은 하루 방문자수라고는 10명도 되지 않는, 가끔은 10명을 간신히 넘는 그런 블로그들의 글을 읽는 게 재미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심지어 가끔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분간이 가지 않는 진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그런 걸 옅보는 게 재미있다. 그러다가 정말 어쩌다가 내가 들어가 보았던 그 블로거의 주인을 실제로 만나게 되는 엄청난 우연이 발생하면, "난 니가 무슨 일을 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 흐흐흐" 라는 우월감에 젖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반대로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내 블로그의 글을 보았다고 하면, 난 마치 옷이 모두 벗겨진 듯한 느낌이다.

2. 정말 오랜만에 책이라고 할 만한 걸 집어들었다. 에릭홉스봄의 『폭력의 시대』인데 아마 08년쯤 소방서에서 한 번 읽었던 기억이 있다. 안타깝게도 책 읽은 뒤의 기억이라곤 늘상 '읽었다는 것' 뿐이라 한 번 읽었다고는 해도 다시 손에 잡게 된다. 너무 이 책의 세계와는 동떨어진 삶을 몇 달 간 살아왔기에 글이 머릿속이 들어올지 모르겠다. 아침 지하철에서 이제 겨우 20쪽 남짓을 읽었다.

3. 오늘 동생이 공연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분 좋은 상상 중 하나는 동생이 훌륭한 기타리스트가 되어 있고, 그 옆에는 내가 있는 것이다.


장기하는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 그것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 공연에 비해 훨씬 매끄러워진 매너와 연주를 선보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갈수록 인디 '록 스타'로서의 자의식과 '인디' 음악가로서의 태도를 병행하는 데 능숙하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찌질한 청춘의 단면'을 묘사하는 데에는 따라갈 자가 없다. 아련하면서도 씁쓸한 뒷맛을 주는 신곡 "TV를 봤네"의 후렴구를 그새 따라 부르며 든 생각이다. 그는 지금 21세기 가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부정할 수 없다. 차우진 | editor

4. 오랜만에 weiv에 들어갔다가 지산밸리록 페스티벌 후기 글에서 위의 문구를 읽었다. 순간적으로 그 때의 감격이 몰려오다가 이내 다시 일상의 감정으로 돌아왔다. 그 때 난 무대 뒤에서꿈틀거리는 객석을 바라보며 속으로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록큰롤 스타'가 탄생하는 장면을 목도하게 되었구나"라는 좀 과장된 생각을 했었다. "그는 지금 21세기 가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는 말보다 강렬한 건 "부정할 수 없다"라는 말인 것 같다. 훗날 지금의 인디씬은 어떻게 평가될까? 지금의 그많은 인디뮤지션들은 훗날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요즘 내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략 10년 쯤 뒤의 나는..

5. 아케이드 파이어의 신보를 매일 꾸준히 듣고 있다. 세 번 정도 돌려 들었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다. 사실 그들의 초특급 데뷔앨범 <Funeral>도 그닥 인상깊에 듣질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 신보를 한 4번째 쯤 들을 때부터 뭔가 느낌이 오더니 오늘 아침 버스에서 들을 때는 너무 좋았다. <Funeral>도 다시 들어보아야 할 판이다. 한 편 이런 밴드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먹었다. 뱀파이어 위켄드가 빌보드 탑을 먹었을 때도 했던 생각이지만 미국이란 나라가 존경스러울 때도 있다.

6. 앞으로는 대충 이 정도의 끄적거림이라도 좀 꾸준히 해봐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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