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미술가들의 우상 금성에서 온 여자
2010.08.2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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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페미니스트 미술가들의 우상이며 여성 미술사의 전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가부장적 사회문화와 여성 폄하사상이 깊게 깔려있던 17세기에 '감히' 여자의 신분으로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한 프로 화가이자, 350년 동안 빛이 바래져 있다가 1971년 린다 노클린의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는가' 라는 논문이 아트 뉴스에 기재되면서 재조명된 천재 화가다. 이쯤에서 누구나 묻고 싶어지는 질문. 왜 350년 동안 묻혀 있어야만 했을까.
그녀가 살았던 17세기 당시는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 폄하 사상이 짙게 깔려 있었던 때였다. 여성은 남자에게 지배당하고 헌신하는 존재 그 이상이 될 수 없었고, 그런 여성에게 배움이란 사치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아르테미시아를 너무도 아끼고 사랑했던 그녀의 아버지는 모든 상황을 무시한 채 딸을 위한 선택을 감행한다. 일찌감치 아르테미시아의 예술적 재능을 알아보고 그녀에게 미술을 가르치기로 결심한 것. 지금이야 '그게 뭐?' 할 이야기지만, 당시 상황으로서는 보기 드문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여성에겐 글을 배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우리의 과거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그림 인생.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의 스승으로 점찍은 것은 그녀의 아버지의 절친인 타시. 그런데... 여기서 비극이 시작된다.
여자였기에 시작된 비극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남선생과 여제자는 불안한 구도였지 않나 싶다. 그러나 타시는 중년의 아저씨였고 아버지의 믿음직한 친구였다. But 설마는 역시다.
처음에는 친절히 그녀에게 그림을 가르쳤던 타시. 그러나 얼마 후, 타시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아르테미시아를 강제로 범하기에 이르른다. 그리고 울며 절망하는 아르테미시아에게 사랑을 맹세하며 결혼할 것이라 다짐한다. 주위 시선이 두려웠던 아르테미시아는 타시의 말을 희망으로 믿었고, 타시는 이를 이용해 1년 동안 아르테미시아와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비밀은 오래 가지 못하는 법, 아르테미시아를 겁탈한 사실을 알고 화가 난 그녀의 아버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타시를 강간 혐의로 고소한다.
그런데 이부분이 사뭇 대단한 것이, 그녀의 아버지의 행동은 지금 세상에서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그 보수적인 시대에 사람들의 시선을 달게 견딜 각오를 하고 공개적인 싸움에 나선 것을 보면 딸을 향한 사랑, 그리고 타시를 향한 그의 분노가 얼마나 컸을지 상상해보시길. 물론 그런 분노는 당연했다. 그 당시 처녀성은 귀하다 못해 여성에겐 인생이 달린 것이었다. (처녀성을 인정 받지 못하면 혼인한 당일에도 소박을 맞아야 했던 우리의 지난 날이 떠오른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마찬가지구나 싶어) 때문에 사안으로만 보자면 처녀성을 비도덕적으로 빼앗은 타시의 경우 사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세상은 '남자'의 편이었다. 오히려 아르테미시아는 '창녀'로 낙인찍혔고 아이러니하게도 타시의 그림은 이 '사건'으로 인해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아르테미시아는 상처만 입은채 성급히 피렌체로 떠나야 했다. 그리고 강행된 예정에 없던 결혼. 그러나 무리하게 진행된 결혼이 순탄할 리 없었고 곧 파경을 맞는다.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그 이후의 그녀의 삶은 그림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여러 번의 고난이 그녀의 그림을 더 강인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위의 그림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내용을 그림화 한 것으로 보통 다른 화가들이 그려낸 내용과 좀 다르다. 다른 화가들의 경우 저 내용을 조금 완곡하게 표현한 것에 비해 아르테미시아는 직설적으로 드러내놓고 있다. 이를테면 다른 화가들은 일(?)을 끝낸 뒤를 그려 냈던 것에 비해 아르테미시아의 그림은 한창 진행중(?)이다. 잔인하다.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 그림을 그려낸 아르테미시아다. 그래서 당시 아르테미시아가 이 그림을 내 놓았을 때 수 많은 비난이 내리꽂혔다. 그 시대의 여성상과는 전혀 맞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아르테미시아 입장에서 더 잃을 것이 있었을까 싶다. 그림으로라도 울분을 토해내고 싶지 않았을까.
자, 이제 그림을 자세히 보자.
사람들이 그림을 꽉 메우고 있다. 한 마디로 균형이 잘 맞는다. 침대는 수평적이고 남자의 머리와 칼은 수직적이라 눈에 안정감을 준다. 배경은 아무 것도 없이 깜깜하며 오직 세 사람에게만 백열등을 비춘 듯 환해 그림 보다는 사건 자체를 전달하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저 여자 둘. 정말 열심히도 남자를 죽이고 있다. 그냥 죽이는게 아니다. 열심히다. 빨리 끝내고 티 타임을 갖자고 약속한 다음인지도 모른다. 마치 주어진 일을 할 뿐이라는 듯 무심하고 또 무심하다. 살의가 가득하지도 공포가 가득하지도 않다. 혹시 그 날 저녁 메뉴인 돼지고기와 저 남자를 혼동한 것은 아닐까. 그림이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남자는 이미 고통에 정신을 잃었다. 어쩌면 숨을 거둔 다음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랬던지 말던지. 저 여자들에겐 아무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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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밥 벌어 먹고 살면 더 열심히 글을 쓸 줄 알았는데, 일기도 안 쓰는 현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이 블로그를 환상적인 글빨이 넘치는 곳으로 만드는 날까지 고고씽하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