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서 부터 시작된 이야기 - 일상기
2007.03.22 16:22 Edit
이 여행은 '책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고등학교 적 나는 학교책상을 좋아했다. 따스한 햇살 비추던 어린 시절의 책상 말이다.
볼품없이 작고 딱딱하고 좁은 책상. 그 작고 딱딱한 책상이 마음에 들어서 나는 집에서도 그 책상에서 공부를 하면 얼마나 잘될까 하고 상상했었다. 그 책상에서 공부하면 학교에서 시험을 칠 때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집과 같은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칠 수 있을텐데 하며 말이다.
학교 한쪽 창고에는 아이들의 낙서된 책상들이 새 학기를 맞이하여 이미 새 책상들로 교체되어버려서 폐기처분도 못하고 창고에 잔뜩 쌓여있었지만 그런 책상을 집에 가지고 왔을 때 어머니나 가족들, 그리고 가져갈 때 학교 관계자나 친구들은 뭐라고 잔소리하며 나를 말릴 것인가, 그리고 그걸 가져가서 뭐에 쓸 것인가라는 잔소리와 질문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내 마음대로 그 책상을 살 돈이 있고 아직도 그 책상이 가지고 싶다. 누가 뭐라하든 내가 하고 싶으니깐 산 것이다 라고 말을 할 수가 있다. 여전히 쓸데없는 물건을 산다고 또 그걸 사서 뭐하겠냐며 좀 별나다는 소리는 듣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사고 싶고 그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싶다. 그래서 나는 사기로 했다. 그런데 걱정 거리가 있다.
통장에 잔고가 없다. 작년 12월에 군에 있을 동안 부은 적금 200만원을 타긴 했었다. 그동안 가지고 싶었던 하드형 MP3며 읽고 싶었던 책이며 옷가지류 를 사느라 100만원 정도는 이미 다 써버리고 약 백만원이 남아있었는데, 내가 제일 좋아했던 이모가 때마침 그 때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갚아주겠노라는 이모의 말씀에 나는 흔쾌히 돈을 빌려주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나는 어린 시절 이모가 워낙 내게 잘해주었기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별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엔 나도 그다지 돈 쓸 일이 없고 돈이 급하게 필요하지 않아서 빌려드렸던 것이다.
이모의 사정은 달랐다. 아이가 셋에 이모부도 그다지 돈을 잘 벌어오는 가장도 아니었고 둘째 딸이 대학에 가야하는데 등록금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모에겐 둘째 딸이고 내게는 사촌동생이지만 그다지 친하지 않다. 어린 시절에는 잘 놀고 했는데 집안 환경이 정상적이지 못하니 조금 삐뚤어진 격이었다.
서울서 살다가 어린 시절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고 지금 사는 곳으로 내려와 몇 년 뒤 이모가 재혼을 하였는데, 재혼한 남자도 마찬가지 딸이 있었다. 덕분에 둘째로 밀려나게 되었는데 마지막 셋째를 낳은지 한 8년 정도 된 것 같다. 두 사람이 결혼한 지 약 6~7년 만에 아이였다. 이모부는 정관 수술을 한 적이 있어 복원 수술을 했지만 아이가 잘 들어서지 않았는지 부부 관계가 시원찮았던지, 이모네 가족에겐 비밀이지만 그 셋째 아이마저도 이모부가 한동안 일했던 직장의 사장님의 아이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내가 가진 또 다른 비밀도 있었기 때문에...
열아홉 딸의 대학 등록금이 부족한 이모는 나에게까지 돈을 빌려달라고 청했었다. 빌려주고나서 오죽하면...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한편으로 이모의 형편으로 내 사촌동생의 등록금을 댈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빨리 갚아달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외에 이모의 씀씀이 때문에 외가 쪽에서는 오고가는 말들이 많았으니깐 가정 형편이 어떤지는 대강 사연은 알고 있었다.
돈을 빌려달라는 이모의 말이 충격은 아니었지만 그 다음 날 어머니와 다른 외가 식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이모에게 돈을 빌려준 날 어머니는 그 날 이모에게 빌려준 돈을 받았다는 이야기에 다소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모의 헤픔에 관해서도 어머니는 한동안 전화통화에서 화를 내셨고 말이다.
그렇게 이미 돈을 빌려주고 며칠 안되서 이모가 나에게 갚아줄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제 4달이 지났지만 나에게도 책상을 살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을 아직 받지 못하였으니 걱정이다. 책상도 사야하고 이제 봄이 되었으니 군대에 있을 동안 아버지께서 잃어버린 자전거며 책도 사야하는데 말이다.
그래도 이걸로 안심하자. 어느 뉴스거리에서처럼 딸의 대학 등록금 마련을 하지 못해서 자살을 선택한 가여운 아주머니는 아니니깐 말이다.
그 사촌동생은 지금 대학에 잘 다니고 있을런지 모르겠다. 가정 형편도 좋지 않으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집에서 가까운 공립대학이나 가지 뭐하러 부산까지 가서 이름도 알지 못하는 대학에 다니기 위해 하숙을 하는 걸까. 내가 부모였다면 집에서 가까운 공립대학에 보내기 위해 재수를 시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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