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0일 화요일 Mind Control

역시 그냥 쓰는 글은 제목 쓰는 게 가장 어렵다. 딱히 오늘의 일을 쓰려는 건 아니지만 제목은 그냥 오늘 날짜로 하련다.

인턴이란 짓을 한지도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애초 모집 공고대로라면 인턴은 내일 끝난다..고 생각했는데 확인해 보니 22일에 끝나는구나. 아무튼 그럼 이제 2주 정도 남았네. 벌써 매일 출근하는 사무실이 너무 익숙하기도 하고, 하지만 아직도 뮤지션들이랑은 서먹서먹하기도 하고. 지금이 딱 그정도인 시기인갑다.

트윗에도 썼지만 제대하기 전에는 내가 지금처럼 이런 짓을 하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물론 이런 짓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냥 혼자 어렸을 적 육성시뮬레이션 게임의 엔딩을 상상하듯이 나의 미래를 헤벌쭉 상상해 봤던 건데 진짜 그 비슷한 생활을 지금 하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포함해, 제대 이후의 나에게는 어마어마한 폭풍 두 개가 몰아친 셈인데.. 의외로 나는 잔잔하다. 이 거대한 두 개의 폭풍이 오히려 서로를 상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조금 혼란스러울 때면 다른 하나에 기대어 또다른 하나를 막고 있는 것 같다. 그럴 때면 정말로 다이나믹하게도 흘러가는 이 삶이란 것에 놀란다. 특히 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대로 될 것을 강하게 믿는 편이기에. 불과 100일 남짓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었던 적이 내 삶을 통틀어 있기나 했을까?

태어나서 7년 간은 미래를 생각할 능력도, 필요도 없이 살았고 그 뒤로 16년 간은 너무도 뻔한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100일 뒤면 시험, 혹은 방학, 그리고 개학.. 등과 같은. 심지어 시험점수도 늘 내가 예측했던 것과 비슷하게 나왔던 것 같다. 몇몇의 '해프닝'들을 제외하고 내 삶은 마치 경제학자들이 예측하는 그래프 같았나 보다.

그러다가 불쑥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내가 흘러들어왔다. 어느순간 유연한 굴곡을 형성하던 그래프가 급격한 골짜기를 맞이하게 된 것일까?

지원부터 합격까지 내가 심리적으로 느끼기엔 일사천리였다(물론 날 뽑아주신 분들은 많은 고민을 하셨겠지만). 하지만 웃기게도 난 모집공고를 처음 보았던 그 때부터 이건 완전히 나를 위한 기회라고 생각했고 지원을 하고 난 뒤에도 합격할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섣부른 자신감이라고 이성적으로 제어해 보려 했지만 이 기묘한 자신감은 떨어지질 않았다. 지금까지 이런 비슷한 기분을 느꼈던 적이 딱 두 번 있었다. 첫번째는 외고 시험을 본 뒤고, 두번째는 수능 시험을 본 뒤다. 어떻게 보면 운이 정말 좋았던 건데, 재밌게도 항상 삶의 다음 관문으로 가려는 시점에는 이렇게 알 수 없는 확신이 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도 대학에 진학할 때도 난 결정을 내리는 데에 한 친의 망설임이 없었으나 입대 이후 난생 처음으로 거대한 망설임을 마주하게 되었다. 입대 후의 시간들은 내가 대학에서 2년간 놀기만 하며 미뤄 두었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었고, 난 그 고민들을 맞대하며 망설임 이상의 그 어떠한 결심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제대 이후의 계획들이란 것도 실상 터무니 없거나 막연한 것이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은 제대 이후에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그 공고를 본 것이었고 난 여전히 운이 좋게도 그 동안의 그 거대한 망설임을 가로질러 한 치의 주저함도 없는 결심을 다시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결심이 결실을 맺어 얼마 간의 시간을 보낸 지금 이성을 초월하여 내가 강하게 느끼는 것은 지금의 시간이 내 삶의 어떤 이정표가 될 것만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여전히 이 일이 나에게 있어서 단순한 생계수단의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기가 막히게도 나와 가장 친했던 그 녀석이 떠나며 나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 이러한 생각을 더욱 강하게 붙들어준다.

언제까지, 어디까지일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지금의 생활을 계속 붙잡고 싶다. 이런 생활을 수 년간 해오신 분들에겐 내 생각이 풋내기 같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용기가 없어 소박했던 나에게 지금의 생활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지.. 하지만 난 역시 수줍음이 많아 지금의 내가 정말 이럴 자격이 있는지도 여전히 함께 생각한다. 난 언제나 생각이 너무 많아 확신이 없다. 난 원래 항상 확신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궁금해 하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늘 고민이 많았다. 현실에 부딪히면 몸이 알아서 확신하리라 믿었건만 여전히 내 몸이 마주하는 건 또다른 고민인 것 같다.

하하; 애초에 이런 글을 쓰려던 게 절대로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와 버렸는지. 그래서 아무튼 이 일을 계기고 난 나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일이 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는 정말 너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되어있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각본 없는 드라마, 정답 없는 인생을 마주하게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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