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로서의 복지를 향해! 희망UP 캠페인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결과발표 내용을 읽으면서.. 사회복지 이야기
2010.08.02 18:30 Edit

지난 7월 1일~31일까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는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 UP캠페인을 진행했다. 44명의 체험단, 18명의 자원활동가, 10명의 자문위원이 동참했으며 8월 2일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에서 체험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트위터에서 맨처음 체험단 신청 접수 안내 트윗을 보고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일정 때문에 신청하지 못하고 관련 기사와 카페만 계속해서 지켜봤다. 많은 분들이 이 캠페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했는데 중간에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의 희안한 체험 수기가 회자되면서 좀 더 관심을 끌지 않았나 싶다.
*참여연대 홈페이지의 체험결과 발표 기자회견 포스트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41401]
*희망UP 캠페인 공식카페 [http://cafe.naver.com/hopeup]
기자회견엔 가지 못했지만 친절하게 포스트에 자료를 붙여주셔서 내려받아 볼 수 있었다. 한달 체험 5가구 가계부 분석결과와 함께 현행 최저 생계비의 문제점이 결과보고에 실려있었다. 결과는 한달 체험 5가구 모두 아끼고 아꼈지만 적자를 기록했고, 케이스에 따라 8~16%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출 내역 중에는 식료품의 비용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주거비, 교통통신비, 가구집기, 기타소비, 광열수도비 순으로 지출이 이루어졌다.이 결과보고에 참고해야 할 것은,
1.대 부분 20-30대 초반의 건강한 청장년층 /
2.활동지역으로 선정한 장수마을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주거비(월세)의 지출이 월등히 낮다는 점 /
3.비소비지출에 포함되는 조세와 사회보험료의 경우 체험기간 동안 일체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 /
4.체험기간이 여름이기 때문에 난방비용의 지출이 빠졌다는 점 등이 있다.
문서에 따르면 현행 최저생계비 내에서 한 달을 살기 위해서는 아주 열악한 주거환경, 부실한 식사, 사회생활의 포기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한다.(체험단 평균 2~5kg 체중감소, 평균 1인 1끼 식비 1,800원, 친구만남 2회 이내) 부실한 식사와 열악한 주거환경 탓에 건강한 20-30대로 이루어진 체험단들도 체험말기에는 만성피로, 체중감소 등의 건강이상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하니 최저생계비가 사회적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절로 생겨난다.
[활동지역인 성북구 장수마을 전경 _출처 http://cafe.naver.com/hopeup]
체험 수기와 가계부를 살펴보며 최저생계비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 제도가 우리의 인간다운 기본적인 삶을 위한 것인가? 참가자들은 열악한 환경과 부족한 영양 때문에 고작 한 달의 체험에도 불구하고 건강이상 증세를 호소하기도 하고 '생존게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것은 단순한 숫자놀음으로 여길 문제가 아니다. '수급권자'라는 단어 속에는 너무나 많은 사회적 기회가 박탈되어 있다는 것과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어야하는 권리와 존엄이 침해받고 있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종국에 이것은 생존의 문제와 함께 논의될 수 밖에 없다.
해가 바뀔 때마다 근로자들의 핵심이슈 중 하나는 급여인상이 어느 정도 되는지 일 것이다. 매번 생각하는 것은 언젠가 물가상승률을 따라 잡을 수 있는 때가 올까? 과연 그런날이 올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단 한번도 일반 근로자의 월급 인상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았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매번 올해는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겠구만 하면서 가족들과 동료들에게 씁쓸한 인사를 건넨다.(게다가 올해 나의 급여는 동결이다..아..) 그런데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최저생계비는 어떠했는가?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상승이라는 '선전'문구들, 정부의 선심성 정책들에 밀려 사람들의 관심 저편에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있는 것 같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 어쩌면 우리 가운데 너무나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닐까? 이웃을 돌아보자는 생각들이 흔하디 흔한 이벤트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올해 9월 1일은 실계측에 의한 최저생계비 발표일이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얻어진 리서치 결과들과 지적된 문제점들이 충분히 반영되어 현실적인 수준의 생계비가 책정되길 소망한다. 그와 함께 현행의 수급자 선정기준의 문제점들도 개선되는 등의 결과물도 있었으면 한다. 어느 누구라도 사람답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때가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과연 이 놈의 정부에서 얼마나 될런지는 모르겠다만...)
=============================아래는 체험단 마지막 체험수기 전문, 문제점 및 개선점이 포함된 한글파일도 첨부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 들은 열어보시면 됩니다.
체험을 마치며
최저생계비는 ‘사회안전망’이 아닌 ‘가난의 포획망’이었습니다.
시민의 입장에서 최저생계비의 수준을 확인해 보고자 체험에 참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기초가 되는 사회안전망이 얼마만큼의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체험 초기에는 주거비 8만7천원(1인가구), 한 끼 식사비용 2,100원(1인가구)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아이의 교육비 6만1천원(4인가구)의 비현실성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체험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진실은 최저생계비가 타인의 삶을 제멋대로 규정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평소 일상과 최저생계비의 일상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가늠해 보고자 했지만, 지난 한달의 생활은 일상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먹고 자는 것 이외의 모든 것들은 모험이자 사치가 되었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았다는 '전물량 방식'은 담아준 대로만 살고 그 외의 것들은 생각지도 말라는 가난한 이들의 삶에 대한 규정이었습니다. 린스하나를 사면서 온갖 욕을 들어야 했고, 핸드폰을 사용하며 죄책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또한 반영되어 있지 않은 지출은 몇 끼니를 굶어야 하는지로 이어지기 마련이었습니다.
비현실적인 비목별 구성은 저희들의 삶을 일상의 현실에서 분리하고 고립시켰습니다. 2,100원의 식사비는 거의 모든 음식점에 대한 출입금지명령이 되었습니다. 8만7천원의 주거비는 창문하나 없이 습하고, 발 뻗기조차 힘든 20만원짜리 지하쪽방도 너희들에게는 과분하다는 멸시의 눈빛이 되었습니다. 의료비는 몸이 아프면 다른 가족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고, 교통통신비는 전화 한 통화, 외출 한번을 사치와 낭비로 만들었습니다. 인간관계는 단절되었고, 6,300원의 식비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삶의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극기체험을 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체험단의 목적은 최저생계비로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구현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최저생계비의 체험은 저희들의 삶을 의지와 관계없이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갔습니다. 먹는 문제 이외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고, 외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기본적인 문화, 사회생활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갈수록 낮아지는 자존감을 경험했고, 심화되는 고립감과 우울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한 달 50만원으로, 하루 6,300원으로 살 수도 있지 않느냐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6,300원짜리 식단을 보여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체험단은 6,300원짜리 식단을 30번 만들어 보았습니다. 30번의 건강한 식단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이 있고, 교통비가 들지 않는 거리에 마트가 있었다면 운 좋게 값싼 기획 상품을 한두 번 이용할 수는 있었겠지요. 그러나 한 달을 살고도 건강할 수 있는 6,300원짜리 식단은 없습니다.
열악한 환경과 부족한 영양에 몸이 상하고, 황폐해진 생활에 마음이 지치는 것은 한 달이었기에 그래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목격했던 현실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한 젊은이들도 한 달 만에 병들게 한 이 생활을 몸이 상하고 의지할 곳 없는 분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이 최소한의 비인간적인 생존비조차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연락도 안 되는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 또한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외가 없습니다. 강남의 고급커피숍 사장님이든, 100평짜리 집에 사는 성공한 사업가든, 건실한 샐러리맨이든 어느 날 사고를 당하거나, 가족이 병이 나게 되면, 저희들이 경험한 지난 한 달의 생존게임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지금 예로 든 것이 바로 저희들이 쪽방에서 만난 수급자분들입니다.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소득은 상승하고 있다는데 최저생계비는 계속 제자리걸음입니다. 우리 사회의 빈곤층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기초생활수급자의 수는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한정된 예산, 사회적 합의, 이 불편한 진실이 그동안 외면당한 이유가 무엇이었든, 이제는 정당성도 설득력도 없습니다. 최저생계비는 이제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캠페인을 했습니다. 지난 6년간 최저생계비의 수준은 더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나아지지 않은 현실을 목격하며 한 달의 체험을 마쳤습니다. 저희들이 경험한 한 달과 목격한 현실이 최저생계비 결정과정에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이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셨기에 한 달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최저생계비의 현실화가 될 때까지 계속 지켜봐주시고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0. 8. 2.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체험단
*추가 붙임1 : 참여연대의 "최저생계비" 관련 포스트 목록 [http://bit.ly/ci8a3d]
*추가 붙임2 : 2010 희망UP 결과발표 기자회견.hwp
- [2010/07/26] "최저생계비로 황제처럼 살았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의 안티모으기 (5859, 15)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