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속에 몸을 내 던지는 알바트로스

모든 골퍼들의 꿈 알바트로스.
영상에서 보듯 이 육중한 새는 자신이 새라는 본분을 망각한듯 이륙과 착륙을 유난히도 못한다. 아주 오래전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에서 그녀의 모습을 처음 접했던 나는 한평생을 그녀의 우스꽝스럽게 희화화된 이미지로 머리속 기억 어딘가에 그녀를 각인시키고 있었다. 지금도 그녀의 이착륙을 보면 웃음부터 입가에 번지곤 하니 말이다. 하지만 우연찮게 한 인터넷 커뮤티니 사이트에 올라온 댓글이 그녀를 바로 보게 해 주는 그야말로 나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지금부터 하늘의 제왕인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연아의 이야기와 함께...

가장 날개 길이가 긴 새

단순히 몸무게만 따지면 타조가 당연 1위이고 날개가 넓은 새로 따지면 넘버원은 콘도르에게 돌아가겠지만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긴 날개를 가졌다. 두 날개를 활짝 펼치면 길이가 무려 4미터나 된다고 하니 지구상 어떤 새들도 그녀의 긴 날개를 따라잡지 못하리라. 4미터의 긴 날개는 그녀의 7킬로나 나가는 육중한 몸을 공중에 내던지게 하기 위해 어쩌면 진화의 방향이 그리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바람이 없다면 날지 못한다. 아무리 날개가 길고 멋지더라도 그녀를 띄울 바람이 불어주지 않는다면 비상할수 없는게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 바람에 대고 무언의 몸짓으로 우스꽝스런 도약과 착륙을 반복하나 보다.

가장 오래 나는 새

그녀는 가장 오래 난다. 물론 가장 멀리나는 새는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극제비 갈매기지만 그녀는 창공의 바람을 느끼며 풍속과 고도를 스스로 인지하는 비강위의 기관을 통해 가장 오래 활공술을 펼친다. 비록 도움닫기가 우습게 보이긴 하지만 날기위한 그녀의 처절한 몸부림은 때론 그녀를 저 푸른 창공위로 비상시키게 하기 위해 절벽위에 둥지를 틀수 밖에 없게 만드는 그녀의 절박한 현실의 또다른 표현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도약이 더욱더 애처로움을 자아내는 것이리라. 한번의 비행으로 하루에 900킬로를 날며 50일 동안 시속 60킬로를 유지하며 지구를 한바퀴나 도는 그녀의 비행거리는 어쩌면 그녀가 창공의 자유로움을 죽을때까지 느껴보고 싶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그녀는 바다저편 푸른창공 어딘가를 비행하다 수명을 다해 바다로 떨어져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고 하니 속세의 인연을 끊는 방식 또한 그녀의 자존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가곤 한다.

가장 오래 사랑하는 새

그녀는 80평생을 살면서 배우자가 죽지 않는 이상 오로지 한 배우자만 사랑하고 죽을때까지 그 사랑을 유지한다. 성년이 되는 10살에 짝을 맺어 나머지 70년을 한 배우자만 사랑하는 그녀는 너무나 가슴아픈 사랑을 한다. 사랑하는 배우자와 70년이란 길고 긴 세월중 둘이 같이 있는 시간이라곤 고작 백일정도 밖에 안된다고 하니 이 어찌 가슴 아프지 아니하겠는가? 자식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왕복 3000킬로를 날아가 먹이를 물어오는 순간, 바로 그 교대의 찰나만이 그대들이 같이 있는 백일안에 포함되는 시간인 것이다. 그녀의 사랑하는 방식이 인간의 사고로 이해하기 힘들지라도 그건 아마도 창공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곳에서 느끼는 그녀만의 쓸쓸한 자유로움만이 그 사랑의 아픔들을 치유해 줄 것이라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가장 외로운 새

알바트로스는 언제나 외롭다. 오직 자신의 관심사가 드넓은 창공이기에 인간을 두려워 하지도 않는다. 다만 귀찮아 할 뿐이다. 보들레르의 시에 등장하는 그녀는 뱃사람들의 조롱과 희화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단지 바람이 불어 자신의 몸을 공중에 내던지길 기다릴뿐 애시당초 뱃사람이 그녀에게 무슨짓을 하던 관심조차 없다. 뱃사람들은 그녀가 폭풍을 불러 오는 새라며 두려워 하지만 바람이 없는 적도 근처의 무풍지대를 통과하지 못하는 그녀이기에 창공속에서 그녀만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픈 절박한 현실이 뱃사람들로 하여금 그녀를 두렵게 보는 잘못된 시각을 갖게 만들었을 것이리라. 바람이 없어 푸른 바다 한가운데 불시착해 상어의 먹이가 되는 순간에도 다음 바람을 기다리는 태연하고 초연한 그녀의 자태에서 오로지 관심사가 바람을 타고 자유로운 창공을 누비고픈 그녀만의 비행일 뿐이라고 소리없이 외치는 외로움이 드넓은 푸른 바다의 일렁이는 파도처럼 계속 춤을 출 뿐이다. 한평생을 창공에서 보내는 그녀가 고독하고 쓸쓸해 보이는 것이 바로 이때문이 아닐까? 그렇기에 그녀는 자유롭지만 언제나 외로운 것이리라.

그리고 김연아

한마리의 새 김연아...
언제나 그녀는 자신의 몸을 공중에 내던진다. 다른 여싱들이 점프를 할때 그녀만은 21살 가녀린 몸을 거침없이 공중에 내던진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로 습득한 그녀만의 활공술이 이제는 다른 여싱과 뚜렷하게 구별짓는 그녀만의 전매특허가 되었다. 경기장을 가득메운 4만여 관중이 지켜보는 폭풍이 오기전 그 고요한 공기속에 그녀는 언제나 자신감 있게 바람을 가르며 온몸을 내던진단 말이다. 때로는 실패도 하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우아하게 예술성으로 무장된 그녀만의 기술이 4만여 관중을 폭풍속으로 몰아치기에 충분하리라. 아무리 주변에서 그녀를 흔들려고 발버둥을 쳐 보지만 그녀는 관심조차 없다. 1800 제곱미터 속의 작은 공간속은 오직 그녀만의 공간이고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하기에 충분한 공간일 것이다.

올림픽 금메달은 그녀 목표의 종착역이었지만 이제 그녀는 또다른 자유와 꿈을 찾아 폭풍속으로 뛰어든다. 난파되는 배위의 선주같은 승냥이들은 그런 그녀를 애처로이 바라볼수 밖에 없지만 부디 그녀의 비상과 폭풍속으로의 도전이 그녀가 그렇게 찾고픈 자유를 찾을 수 있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으로 그녀를 보낸다. 그리고 묵묵히 그녀가 사라지는 한점이 될때까지 그녀가 잘되길 바랄 뿐이리라. 혹시라도 바람이 없어 그녀가 불시착 할지라도 그녀의 길지만 가녀린 날개를 소리없이 보듬어 주리라. 그리고 다시 그녀가 드넓은 창공을 향해 날아오를수 있도록 하늘에 대고 나 또한 폭풍을 부르리라. 먼 훗날 그녀에 대한 사랑이 추억으로 그칠지라도 한때는 그녀와 동시대를 보냈고 전설적이고 행복한 스케이터와 같은 하늘아래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았었노라고 자랑스레 술잔을 기울일 것이다. 그녀의 도쿄 세계선수권 출전 결정은 폭풍속으로 뛰어드는 한마리 알바트로스처럼 그녀를 더욱더 자유롭게 만들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알바트로스가 80년 동안 보여주는 자유로움을 그녀는 지금 이순간 보여주려 하고 있는 것이다.

p. s

알바트로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주신 PGR21 판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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