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여자 2 & ... - 일상

퇴근길,
두께가 10센티는 될 것 같은 1235페이지 짜리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손에 들고 양배추와 콜리플라워, 도서관에서 안내서와 함께 빌린 다른 두 권의 책이로 꽉 찬 캔버스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탔다.
백만년 만에 버스 안에서 짐을 맡겨봤다. 보라색 웃도리를 입고 약간의 관절염이 있는 듯한 나이든 여자가 책을 받아주더라. 기꺼이 맡기고 아주 환하게 웃어줬다. 옛날에는 핸드백도 아무 거리낌없이 들어주곤 했는데.. 각박해졌다. 서 있는 사람의 가방을 향해 손 내밀어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이것저것 백만년 만에 청소하고 정리했더니, 이번에는 사재기다. 
버스 타기 전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의 유혹은 겨우 뿌리쳤다. 냉장고가 꽉 찼다. 아까는 더이상 짐을 늘일 수가 없는 지경이기도 했지만.

아 덴장. 찬물에 샤워했더니 가려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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