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 그것만이 아닐텐데? 想念:Notion

 본인은 소설가 지망입니다. 전공은 영상디자인, 문화예술학, 언론방송홍보학을 전공했지만, 어릴적부터 제꿈은 글밥을 먹고사는 것이었고, 그 꿈은 단 한번도 바뀐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꿈을 위해 그닥 건전치 않은 하지만 정당한 노력들을 필사적으로 기울이고 있지요. 사실 오늘도 별 다를 것 없이 열심히 원고에 매진할 예정이었습니다만, 전자신문의 한 기사가 포스팅을 하게 만드는 군요. 트랙백을 보내고 싶은데 트랙백을 보낼수 없어 그저 포스팅만 해봅니다.

대한민국 IT포털의 중심! 이티뉴스 : [박성원의 미래사회]한국에 과학소설이 희귀한 이유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1007140050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위의 기사에서 언급하는 반사실의 명제가, 단순히 사실이 아닌 것을 총망라하는 명칭으로 규정짓는 다면, 즉 사실의 반대급부가 될수있는 허구, 왜곡, 거짓등을 콕 찝어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그 모든것을 포괄하는 광의적인 의미라는 부분을 명확히 해둔다면, 분명 한국인들의 국민성이 반사실 추론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다는 데에는 저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소설의 영역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은 물론이고 전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건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자신의 상념을 언어로 표현해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인간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상을 하는 유희를 좋아하는 건 이성의 영역보다는 본능의 영역에 훨씬 더 가깝고, 이에서 비롯된 '이야기의 기록' 매채인 '소설'은 원초적이기까지한 인간의 유희문화중 하나라고 할수 있습니다.

 즉, 한국인도 사람인 이상 소설은 소설로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다는 거지요.

 그러면 왜 한국에서는 SF장르의 소설이 희귀할까요? 그전에 한번 확인이나 해봅시다. SF장르의 소설만 희귀합니까?

현재 한국의 독서문화와 출판시장은?

 판타지와 무협지는 대여점용의 비가공 생산품으로 전락된지 오래고, 할리퀸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할리퀸보다 더 나은 로맨스를 쓰고싶어 로맨스 문단의 문을 두들겼을 때 로맨스 시장역시 대여점의 수렁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대여점이 뭐가 나쁘냐고요? 간단합니다.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입니다. 소설가(혹은 만화가, 가수를 비롯한 저작권자)의 수입은 소비자 한명이 책을 샀을 때 일정부분 그 수익이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것이 올바르고 건전한구조입니다. 본문의 내용에서 어긋나게 되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하지만 한가지만 말하겠습니다. 저작권자들은 흙퍼먹고 사는게 아닙니다.

 사실 한국자체 생산되는 SF장르의 소설이 희귀한건 사실입니다. 대여점용으로는 무협/판타지/로맨스 가 많이 찍혀 나오는 것 같지만, 그중 장르문학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걸 찾는 일은 사막에서 바늘찾는 것보다 힘듭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제공하는데에 대여점이 많은 역할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이 두 가지 있고, 위의 기사에서는 그 두 가지를 완전히 간과한 채, 그저 한국인들의 국민성탓으로만 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논리는 한국 (모든) 문단계, 그리고 출판계의 합리화와 무척 닮아 있어, 소설가 지망생 이전에 책과 이야기 그리고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 한사람의 독자로서 그냥 넘기기 힘듭니다.
 무슨 합리화냐고요?

 노력부족에 대한 합리화입니다.
 무슨 노력이 어떻게 부족한지 그리고 그 노력부족으로 인해 왜 SF를 비롯한 많은 장르문학들의 입지가 적어졌는지 살펴보기전에 다음글을 한번 읽어주세요.

세상을 훔치다 :: 네이버 블로그 -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논쟁을 생각한다.
http://blog.naver.com/rhee3300/100104997016
이쪽이 더 시급하고,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억' '사월'등의 대표작을 가지신 소설가 이진영님의 블로그에서 허락을 받고 전제합니다.
 위의 기사를 쓰신 분께서는 '한국 사람들이 SF를 읽지 않기 때문에 자생적인 SF소설 컨탠츠가 부족하다'라는 전제를 두고 글을 쓰신것같은데, 그 전제부터가 잘못되어있다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속칭 '순수문학'이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문화 컨탠츠의 주류는 TV 연속극(드라마)이지, '순수문학 문단'이라는 것이 성립된 이후로 한국의 문학은 단 한 번도 '주류'였던적이 없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OSMU(개인적으로 지금 소설의 연속극화는 미디어믹스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덕분에 비교적 장르문학에 대한 인식과 인지가 바뀌면서 사회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비주류문화인것은 변함이 없지요.

한국인의 국민성이 SF와 맞질 않다니?

 우선, SF장르 소설이 안팔리는 이유가 우리나라의 국민성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부터 확인시켜드려야 겠습니다.
 SF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형식의 SF소설은 어떠신가요?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C.클라크, 로버트.A.하인라인 같은 본격 SF의 틀에서 조금 벗어나 SF적인 배경으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전개에 중점을 둔 SF의 한 분류입니다.
 그리고 저 카테고리를 확립시킨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SF소설은 일본에서 발간되 국내에도 발간된적이 있는 '은하영웅전설'입니다.
 첫번째 번역본은 출판사가 망해서, 두번째는 출판사가 출간을 포기해서 지금은 구할수 없는 비운의 명작이지만,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가 되었고, 국내에서도 무척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현재 다시 찍히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팔릴 여지가 있는 작품이지요.
 그리고 앞서 말한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C.클라크, 로버트.A.하인라인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설명하는게 귀찮을 정도입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원작의 영화 'I, Robot'이 국내에 어느정도로 흥행했는지 제가 언급해야 하나요?
 사실 이렇게 전문적이고 마니아틱한 이야기를 꺼낼 필요도 없습니다.
 국민게임이라고 불리우는 스타크레프트. 해보진 않으셨더라도 SF적인 세계관인거 모르시는분 있나요?

 물론 스타크래프트, 스페이스 오페라, 등을 SF장르문학과 비교하는건 다소 무리수가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작 아시모프 원작의 'I, Robot'이 국내에서 크게 흥행한 것도 사실이고, 전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경우도 SF적이고 컬트적인 세계관과 배경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신극장판 개봉시 상당한 흥행을 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즉 우리나라 국민성과 SF 장르와는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습니다. 기사내에서 언급하셨던 IF의 가정. 굳이 말로 하지 않을뿐이지, 누구나 다합니다. 그걸 입으로 꺼내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유희꺼리 이상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중요한부분 나왔습니다. 기억해주세요. "유희꺼리 이상의 가치가 없기때문"입니다.

경제발전의 이면에 희생된 '문화' 그리고 '문학'

 한국의 많은 어르신분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중 하나가 바로 '한강의 기적'입니다. 불과 수십년만에 다른나라들이 수세기에 걸쳐 일구어낸 일을 이뤄냈으니 분명 자랑스러워 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희생된것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바로 '문화'이지요.
 경제성장만 목표로, 쉴새없이 달려만 왔으니, '근로'와 '노동'의 반댓말이 '휴식'과 '오락'인줄 알고 있습니다. 심각한 오류인데, 쉬면서 교양을 쌓을 수도, 재충전하면서 다른것들과 비교해볼 새도 없으니 교정하고 싶어도 할수가 없지요.
 심지어 그런 빠른 경제발전을 이루며 한국만의 (가장 근시일내에 이루어진) 국민적 문화가 있습니다. "빨리빨리"
 문화는 전세대의 문화컨탠츠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 그보다 더 나은 문화를 만들고 그와 유사한 유행이 일어 그 세대에는 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학습하고 그 다음세대가 더 나은 문화를 생산해내는 연결된 구조로 성장을 합니다.
 즉, 당장 눈에보이는 성과를 낼수 없는 구조이지요.
 하지만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빠른게" 좋은 건줄 아는 한국의 돈쥐신 분들은 "빠르게 수익을 낼수 없는 문화"에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즉 성장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와중에 이웃나라에서 오랜 투자와 노력의 성과를 내는 것을 부러워해 "그럼 배껴"라는 벤쳐마킹 정신을 발휘해주십니다. 그런다고 잘 될리가 있나요? 기초가 다져질 기회조차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회생의 기회는 있었으나...

 어느나라건 어느세대건 한 분야를 이끌어나갈 낭중지추의 재능을 가진 분들이 계신법입니다.
 저런 암울한 한국의 문화기반에서도 그런 분들이 많이 계셨지요.
 하지만 계셨으면 뭐합니까?
 그 천재들이 만든 시장에 후발 주자로 뒤따라와 코앞에 이익 눈이 멀은 것은 빠른걸 좋아해 당장의 이익만 보고 그럼 베끼라고 말하는 분들과 별다를바 없었던 사람들의 자기만족성 합리화에 패하셨습니다..
 그리고 진정 낭중지추의 재능을 가진 천재는 자신의 분야 외에는 문외한인지라 사리분별이 빠른 2류 수재들처럼 코앞의 이익을 제시하지 못했고, 그렇게 낭중지추의 천재들이 패하고 한국의 문화시장중 '소설'과 '출판'시장을 크게 위축시키는 존재가 등장하게 됐습니다.
 바로 '순수문단'입니다.

 이상을 꿈꾸는 것은 좋은 일이다만, 순수문학과 순수문단의 성립과정을 살펴보면 당시 '주류'였던 작가들이 '비주류'에 속하던 장르문학 대중문학 옹호론자들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글을 '문학이란 이래야한다.'라는 이상을 강요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들의 이상을 강요하면서 자신들이 쓴 '장르'를 순수하다고 주장하면서 '순수문학'이 성립된 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여기에 대해 이견이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 부분이 아니기에 역시 자세한 언급과 논의는 다음기회로 미루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순수문학'의 성립으로 인해, 다양성을 통해 서로 건전한 경쟁을 하며 커져왔어야하는 시장은 코앞에 당장 수확할수 있는 이익에 혹해, 당시 주류였던 '순수문학'위주로 바뀌면서, 그 '순수문학'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됩니다. 즉, 시장 자체가 '순수문학'이라는 '허구'에 놀아나 스스로 장르문학의 입지를 좁혀버렸다는 것이지요.

세번째 재앙.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살아 있었고 또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였습니다. 그것도 완벽한 비주류문화였던 만화쪽의 마니아들을 통해서지요. 보드게임의 한 분류인 TRPG가 미국의 한 수학자가 만든 Magic the Gathering 이라는 게임으로 인해 크게 유행을 하고, 때맞춰 '반지전쟁(현재목 반지의 군주)'에 물려가던 장르판타지 팬들에게 일본에서 발간된 '로도스도 전기'가 국내 '마계마인전'이라는 이름으로 소개 되면서 또한 동 작품이 애니메이션화되며 음성적인 루트로 국내에 보급되면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이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판타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해당 음성적인 루트중 하나였던 PC통신에서 연재를 하던 한 판타지 소설이 크게 호흥을 받아 책으로 출간도 되어 관심은 더욱 높아져만 갔습니다.
 거기에 만화를 출간하던 각 출판사들은 그렇게 애니메이션에서 '미디어믹스' 혹은 'OSMU'로 사용된 원작 소설들을 국내에 소개합니다. (이 소설들은 이후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적인 성격을 띄고, 소설적이지 않은 구성법으로 만들어진 소설"로 자리매김 해 현재 일본에서 서브컬쳐 - 비주류문화. 하지만 일본에서는 비주류가 아니라 카테고리적인 어감으로 사용되기에 비주류문화라고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 계통 문화의 한축을 이루게 됐습니다. 그리고 현재 IMF로 중단되었던 수입이 2002년 이후 다시 재개됐습니다.)
 출중한 수작들이 많아고, 많은 사람들이 '순수문학'이 아니라고 해서 외면했던 '장르'에 관심을 가지고, 좀더 깊은 흥미를 보이셨던 분들은 본격적인 '장르문학'까지 파고들수 있었습니다.

 그때 IMF가 터졌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서민구제라는 미명하에 저작권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대여점'을 합법화. 적극 장려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3,000~6,000\을 내고 책을 사보는게 아깝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출판사는 이익을 내지 않으면 생존할수가 없습니다. 어쩔수없이 이익을 내기위해 책값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독자들은 더더욱 대여점을 이용하게 됩니다. 악순환의 시작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비주류문화계통의 출판사의 40%가 증발했습니다. 알기쉽게 설명드릴까요? 한국에서 삼성하고 LG가 동시에 통채로 사라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들은 살아남기위해 애를 쓰고 애를 써 살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대여점과 타협을 해 독자들의 알권리를 제한하고, 이런 문화는 비주류문화계통의 출판사에서 일반서적으로까지 번져나갔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렇게 되질 않기위해 문화의 각 계통에서 무던히 애를 쓰고 있지만, 사실 비주류계통의 출판 문화시장은 거의 식민지 상태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SF/스릴러/미스테리분야는 자국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고, 독자들은 해외에서 들어온 저명한 작가들의 컨탠츠에 열광합니다. 판타지/무협/로멘스의 경우는 자국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양호한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더 암울 합니다. 대여점 시장으로 전락해 '질보다 양'이 우선인 시장바닥이되어, 검증도 없이 편집도 없이 그저 오탈자만 수정하고 책으로 찍어내는 수준입니다.(로멘스의 경우 제가 알기로 단 한군데는 오탈자를 포함한 제대로된 편집과정을 거치는 곳이 있지만 그곳은 그렇게 일을해서 돈이없어 힘들어하는중입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정말 할 말 조차 없습니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하청제작 최강 퀄리티를 자랑하지만, 기초서사 컨탠츠 부족으로 인해 자체제작 애니메이션들의 경우에는 '2020 원더키디' 이후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들은 애니메이션 자체가 존재하질 않습니다.
 글을, 만화를, 애니메이션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미친듯이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누굴 원망해야 할까요?

 한국의 장르문단에서 글을 쓰고 싶어하기 때문에 더 슬픕니다.
 한국의 서브컬쳐계통의 문단에 적을 올리고 싶기때문에 저는 더 앞이 깜깜한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장에 대해 일침을 놓으셔서 시장의 건전성을 회복하는데 기여를 하셔야하는 분이 국민성을 말씀하시며 독자가 이렇다 저렇다 말씀하시다니요?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그것이 SF건, 로맨스건, 판타지건, 스릴러건, 미스테리건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누구나 좋아합니다. 국민성이 어쩌고 하는 말로 시장의 무능함을 덮어주지 마세요. 귀한자식일수록 고생을 시켜야하는 법입니다. 그렇게 가려주고 덮어주는 이상 한국에서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수있는 날은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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