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왜 인터넷 사용자 혁명이 없는가? IT

몇 년 전 웹 2.0을 주장하며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도전했으나 대부분 실패해 문을 닫았다. 살아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업체들도 UCC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일반 사용자인 것처럼 가장하고 불법 콘텐츠를 올리거나 타인의 저작물을 짜깁기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많은 업체들이 실패 했을까?
남의 콘텐츠를 퍼 오는 것에는 관대하지만 타 사이트로의 링크는 철저하게 막는 폐쇄적인 포탈 정책, 적은 이용자수와 작은 광고 시장의 규모, 주입식 교육으로 창의적인 콘텐츠 생산에 익숙하지 못한 사용자 등 많은 이유가 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철학의 부재 때문이다.

사용자는 없고 경품 사냥꾼만 있다
국내 업체들이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은 대부분 경품을 내건 이벤트다. 하지만 이벤트를 통한 사용자 참여 유도는 경품 사냥꾼들의 먹잇감만 될 뿐 순수 일반 이용자 참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벤트가 시작 되면 소문을 들은 경품 사냥꾼들이 몰려와 경품을 노리고 활동하지만 이벤트가 끝나면 더 이상 활동하지 않고 또 다른 먹잇감을 찾으러 다른 사이트로 떠나 버리기 때문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 품질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경품 사냥꾼들은 여유 시간이 많고 시간당 소득이 낮은 계층이 많기 때문이다.

고학력, 지식 노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조금 더 생산적으로 사용자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고학력, 지적 능력을 가진 젊은 사람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어떻게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유명해진 리눅스와 위키피디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리눅스는 현재 약 300만명이 참여해 OS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위키피디아 역시 비슷한 수의 참여자가 인터넷 백과사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부분은 20~30대 젊은 남성이며 대졸 이상 고학력자들이다. 아무런 보상도 없는 자발적인 열정으로 사용자 혁명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이 성공한 것은 단순히 소스를 공개 했거나 편집 권한을 공개했기 때문이 아니다.


리눅스와 위키피디아 참여는 나의 존재 가치를 준다
고학력, 지식 노동자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참여하는 이유는 프로젝트의 명분이 이들의 가슴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사용자의 참여가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는 명분을 제공했다. 국내 사용자 참여 사이트들이 대부분 1차원적인 재미와 편의를 홍보하며 경품을 걸고 참여를 독려하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고학력의 지식 노동자들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적 여유가 있기에 이벤트 경품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과 타인에게 인정과 존경을 받는 것이다. 리눅스와 위키피디아에 참여하는 것은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명분을 제공

아이패드 열풍에서 빠진 것
90년대 중반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시장을 잠식하고 인터넷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자 사람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리누스 토발즈(Linus Benedict Torvalds)는 리눅스를 소스까지 완전 공개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초기 리눅스 전파에 큰 역할을 했던 에릭 레이먼드는 보는 눈만 많으면 어떤 버그도 잡을 수 있기에 많은 사람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시장과 전당’이라는 명문을 인터넷에 올려 초기 리눅스 확산에 큰 도움을 주었다. 리차드 스톨만은 저작권을 상징하는 ‘카피라이트(Copyright)’에 반대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카피레프트(Copyleft)’라는 재미있으면서 철학적인 단어로 많은 젊은이의 관심을 끌었다.

리눅스는 정보 공유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고 언론들은 ‘리눅스 VS 마이크로소프트’를 ‘선량한 다윗 VS 비열한 독점주의자’로 자주 묘사했다. 리눅스에 참여하는 것은 정보를 독점하려고 하는 MS에 맞서는 일종의 정보 민주주의 운동으로 포장되면서 수많은 고학력 지식 노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 그리고 비슷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부터의 인정은 참여자들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만족감을 줬다.

위키피디아 역시 대의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대표인 지미 웨일즈는 인간은 옳은 일을 하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위키피디아는 가난한 나라 어린 아이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양질의 정보이기 때문에 교육 평등을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위키피디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옳은 일이라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했기에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국내에서 UCC 서비스가 부진한 이유는 그 동안 국내 인터넷 업계가 사용자들을 지나치게 상업적인 활용의 수단으로만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국내에도 이에 호응하는 사용자는 많을 것이다.


조중혁 버즈리포터 doimoi00@gmail.com | 201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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