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 다녀오다. 기본 카테고리
2010.07.13 06:35 Edit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한판승이 있던 날
새벽에 축구를 보고 새우잠을 자고 일어나, 통영으로 향했다.
잠을 많이 자지 못했지만, 축구 결과가 나쁘지 않았기에 몸도 다행이 가벼웠다.
왜 갑자기 '통영'을 간 것일까?
사실 '김해'를 가려고 떠난 여행이었는데,
가는 길에 통영이 있었고 한번 쯤은 가보고 싶기도 했다.
내가 '통영'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바로 '박경리'선생의 고향이라는 점이다.
문학을 전공한 내가 모든 작가들의 고향을 알지는 못하지만,
대선배시기도 하고, '토지'라는 대작을 완성시킨 그분의 삶에 다가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떠올린 것이 '김약국의 딸들'에서 나온 구절처럼
'조선의 나폴리' 혹은 '동양의 나폴리'라는 항구와 그 푸른 바닷빛을 보고 싶었다.
세번째는 매년 국제적인 규모의 트라이애슬론 대회가 열린다고 알고 있다.
평소 로드바이크에 관심이 많고 자주 타기도 하기 때문에, 몇번 대회를 TV로 본적이 있다.
TV로 본 코스들이 상당히 맘에 들었고, 꽤 인상적이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쪽빛 바다를 보고 육안으로 보고나서 통영에 왔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금방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욕망을 잠시 자제하고 한눈에 이 광경을 보고 싶어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멋진 경관에 흠뻑 취해 잠시 잊고 있었는데,
중간에 단수 한다는 공고문을 보니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걸 깨달았고,
현실세계로 돌아와 날짜를 짚어보니 오늘은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케이블카를 처음 탔기에 편도로 표를 샀는데,
막상 올라가보니 그냥 산이었다.
나는 케이블카가 다른 지역으로 이어졌는 줄 알고 버스로 되돌아 오려고 했는데,
왜 중간에 매표소 직원이 걱정했는지 이해가 갔다.
한산했기에 나 혼자 한 룸을 차지 했는데 고층 아파트에 사는 나도 약간은 무서웠다 ^^;
케이블카에서 내려 조금 올라가니 전망대에서 통영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순신 장군이 계셨던 한산도의 모습과 박경리 선생의 묘소도 아주 작게 눈에 띄었고,
멋진 바다와 섬들,
그리고 통영의 주력 산업 조선소들(주력 맞나??)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이질적이고 형용하기 힘든 느낌을 받았다.
(사진의 정지용시인의 글처럼 표현하기 쉽지 않다.)
내가 간날은 덥긴 했지만 아주 맑은 날씨는 아니라서
대마도라든지 먼곳의 섬들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통영의 쪽빛 바다는 역시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전망대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검색해 몇군데 갈곳을 정했다.
동피랑(동파랑 인줄 알고, 검색했는데 뜨긴 뜨더라...), 중앙시장, 남망산조각공원등 대충 위치리를 파악했고,
마지막으로 박경리 기념관 위치를 기억핻두고 그곳으로 향했다.
우선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다시 케이블카를 탔다.
남서쪽으로 쭉 돌아 차를 몰고 가는데, 걸어가는 여행자도 보였다.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기도해서 태워줄까도 했지만 너무 오지랖이 넓은거 같아 잠깐 고민하다 말았다.
박경리 기념관은 상당히 섬 안쪽에 있었다.
만약 케이블카에서 이곳까지 온다면 걷기에는 조금 멀고 버스가 근처 정류장에 다니니 그걸 이용하면 좋을듯 싶다.
관람객은 나를 포함해 3명이었고, 관리인 한명은 무협책을 읽고 있는게 조금 특이했다 ^^;
(항상 박경리 선생 책을 읽으란 법은 없지...)
육필원고를 비롯해 작품들과 여러가지 인상적인 가르침도 많았는데,
역시 기본에 충실한 작가 답게
문학에 대해서, 작가에 대해서, 글에 대해서 촌철살인의 글귀들이 인상적이었다.
직접 가보시라는 의미에서 따로 적지 않겠다.
박경리 기념관에서 십여분 올라가면 다양한 꽃들이 심어진 공원과 함께 묘소가 있는데,
화려한 꽃들과는 대조적으로 묘소는 아주 소박했다.

왠지 작가답게 묘지의 화려함이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듯한 고집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실 나라도 그럴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선생은 이것도 맘에 들어하지 않을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지 묘지는 중요한게 아니지 않는가..
그래도 선생을 생전에 뵙지 못한 아쉬움에 조문을 하고 자리를 뜨려다 묘지 밑에 정자에서 잠깐 쉬었다.
시원하고 풍경도 좋은게 풍류가 따로 없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바닷가도 구경하면서 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길들이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사용된 도로 같기도 하다.
중간에 해수욕장 팻말이 보여 잠깐 들르기도 했는데,
막상 해수욕장은 너무 작았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는 잘 장비되어 보였는데, 접이식 자전거라도 가져왔으면 좋았을 것을 못가져온게 안타까웠다.
해저터널이라는 표지판을 몇번 봐서 그런지 그게 뭘까 상당히 궁금해 다음 목적지를 거기로 잡았다.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한 해저터널을 떠올리며 과연 그런 걸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최신식으로 수족관의 유리 터널처럼 물고기 지나가는 걸 볼 수 있게 되는 걸 아닌지 상상해보기도 했지만,
해안가에 주차를 하고 헤매다가 겨우 발견한 곳은 그런 곳이 아니었다.

일제 시대 만들어진 상당히 유서 깊은 터널로 그당시의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결정체겠지만,
지금은 자전거와 도보로 상당히 유용한 터널이었다.
일단 터널이 해저라서 그런지 상당히 시원했고 굉장히 소리가 울렸다.
이런 걸 보면 통영은 상당히 오래된 역사가 공존하는 도시라는게 느껴졌다.
항상 새롭게 형성된 도시쪽에서만 살았던 나는 이런 역사들이 꽤나 부럽다.
특히 다음 방문 했던 동피랑 마을에서도 또한 이런 특징들이 더욱 잘 나타났다.
오랜 역사속에 형성된 골목, 골목들과 집들이 인상적이었고,
거기에 여러 작가들의 다양하고 상큼한 벽화들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었다.
겨우 십여년 정도가 갔지난 아파트 촌 우리 동네라면 이런 다양성을 표현하기 힘들 것 같다.
동피랑 마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는 내 상황때문에 남망산공원을 구경하고 통영 여행을 중지했다.
그리고 그렇게 볼곳이 많은 곳이라면 꼭 오늘만 날이 아니고 다음에 또 오고 싶은 마음에 아껴두고 싶기도 했다.
여행 중지의 이유는 밑에.........

이 문제의 시가잭 아답터 때문에 내 장대한 여행이 끝이 나버렸다.
사실 이 여행을 계획하고, 출발하기 일주일전에 사서 잠깐 테스트를 했었는데 괜찮았다.
통영으로 가면서도 사용했는데 그때도 별문제 없었다.
그런데 통영에서 해저터널 구경을 하고 어댑터를 이용해 충전을 했는데,
동피랑근처에 주차하고 보니 갑자기 전화기가 먹통이 되버렸다.
이런 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정말 '당황'했었다.
버튼을 다 눌러봐도 전혀 응답이 없었고, 전원 버튼도 소용 없었다.
배터리 착탈식이라면 다시 꽂아보겠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그게 좀 아쉬웠다.
날씨는 덥고, 방법은 없고 해서 일단 고객센터에 문의해보기로 했다.
휴대폰 가진 사람에게 빌려볼까도 생각했지만,
소심한 성격탓에 그러지 못하고 공중전화를 찾았다.
공중전화로 휴대전화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뭘 눌러야 할지 고민하다
여러가지 시도해봤는데, 결국 만능 번호인 114의 도움으로 수신자 부담 번호를 얻었다. -_-;;;;;
상당히 오랜만에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거라 오른 요금에 조금 놀랐지만,
주머니에 있던 400원의 잔돈으로 원하는 최소한의 정보를 얻었다.
일단 갑자기 그렇게 된 원인은 알 수 없고 통영에서는 또한 수리 센터가 없고,
부산이나 광주 같은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가 오후 4시 좀 넘은 시간이어서 일단 오늘은 고치러 갈 수 도 없었다.
사실 내 스마트폰만 믿고 최소한의 경로만 정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전화를 쓸수도 없었고,
아주 오래된 구형차라 네비도 달지 않았는데,
갑자기 낯선곳에서 지도도 볼 수 없게 되니 너무 난감했다.
차안을 뒤져봐도 지도라곤 타이어 회사에서 준 서비스용 책자가 전부였고,
그것도 문짝에 넣어뒀더니 비가 스며들었는지 중요한 부분들이 제대로 붙어버렸다.
따로 카메라를 챙겨오지 않아, 해저터널 이 후로 사진을 찍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특히 동피랑의 벽화들은 내 가슴 속과 머릿 속에 새기기엔 너무 많았고 멋졌기에 아쉬움이 더했다.
관광지도나 팜플렛을 구하지 못해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다음 갈 곳을 정했는데,
그것도 못하니 정말 난감했다.
(휴게소마다 뒤져봤는데, 온통 안전벨트 착용하라는 섬찟한 사진이 들어간 전단지 뿐이었다.)
그래도 일단 마저 구경하자는 심정으로 동피랑을 들러 남망산 조각공원으로 갔다.
상당히 날이 더웠는데, 조각공원을 쭉 돌다 보니 시민회관에 수영장이 있다는 표지판을 봤다.
땀도 많이 흘렸고 혹시나 해서 수영복챙겨온게 생각나서 더위도 피할겸 수영장에 갔다.
4000원을 내고 일권을 끊고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우리동네 25m 레인에서만 수영하다 50m레인에서 처음 수영을 해봤는데 정말 길더라..
왔다 갔다 몇번 하지도 못했는데 숨이 턱턱 막혔다.
근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한동안 수영을 좀 쉬다가 오랜만에 했고, 또 오늘 상당히 많이 걸어서 그런지 갑자기 쥐가 났다.
다행이 2번 레인이라 자력으로 뭍으로 올라와 마사지를 했는데 잘 풀리지 않았고, 후유증이 너무 컸다.
(이 쥐 때문에 집에서 돌아오고 나서 몇일동안 고생했다.)
괜히 수영장에가서 몸이 완전히 지치고 배고파서 자판기에서 컵라면을 뽑아서 먹고,
충무김밥도 하나 사서 먹고, 여러가지 밤거리를 잠깐 거닐기도 했다.
(충무김밥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쓰려고 한다.)
사실 이때까지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완전히 정하지 않았었다.
일단 수리를 하러 부산으로 간다면 계속 여행을 하는 것이었고,
광주로 가면 일단 중지였다.
근데 축구때문에 잠을 못잤기에 차에서 좀 자려고 하는데,
도저히 잠이 안와서 그냥 광주로 출발해 버렸다 --;;;;;;
밤이라 그런지 올때보다는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차도 없고 날씨도 시원했지만,
왠지 무의식적으로 운전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으며 열심히 달렸다.
(중간에 과속 카메라에 찍힌것 같지만 고지서는 날아 오지 않았다.)
결국 새벽 1~2시쯤 도착했다.
왠일인지 아직 다시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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