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버스 안에서 생각난 라오스 소년 - 일상
2010.06.17 00:19 Edit
부채감이라고 할만 한 어떤 것.
올 3월에 라오스 시골마을 므앙응오이느아로 가는 뱃길에서 난파당했었다.
단 한 명의 경찰도 없고, 전기조차 저녁 4시간 동안만 들어오는 므앙응오이느아를 떠나 다시 루앙프라방에 도착했을 때,
(라오스 여행의 백미는 므앙응오이느아였다. 내가 경찰서가 있는 농키아우에 도착했을 때는 일요일이었고, 라오스 경찰서는 일요일엔 셔터를 내리는 모양이었다.)
우선 숙소를 잡고,
영사관에 전화를 걸고 싶었다.
그러나 내 휴대폰은 침수돼 고장난 상태였고,
여러 불가능한 수단들을 소거한 뒤 나는 숙소 전화에 생각이 미쳤고,
아무튼 카운터에 앉아 있는 소년에게 허락을 구했다.
루앙프라방의 한국 영사관에 전화를 걸어도 되겠느냐고, 비용은 계산하겠다고.
소년은 허락했으나, 영사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가 신호음을 무력하게 듣고 있었을 때 소년의 어머니가 등장했고
그녀는 내 존재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소년을 심하게 나무랐다.
나는 짧은 영어로 모든 것은 내 잘못이라고, 소년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결국 통화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호소했으나,
큰 목소리로 소년을 윽박지르는 어머니를 저지할 수 없었고, 소년을 어머니의 큰 목소리로부터 구해 줄 수 없었다.
다음날, 루앙프라방 시내를 쏘다니고 돌아다니다 숙소로 돌아온 내게
소년은 자신의 휴대폰을 건네며 짧은 영어로
다시 영사관에 전화를 걸어보라고 권했다.
나는 소년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영사관에 전화를 걸어봤으나 이미 해가 지고 영사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소년에게 고맙다고, 괜찮다고, 반복해 말했다. 진심을 담아서.
다음날 나는 예약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숙소를 떠나야만 했고,
소년은 학교에 가고 없었다.
소년은 내가 루앙프라방에 도착해 숙소를 찾아 헤맬 때 한국어로 말을 걸었다.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묵어가길 바라고 있었다.
나는 애국심 따위는 엿팔아 먹은 사람이고, 소년의 한국어가 딱히 반가웠던 것은 아니지만,
소년의 친절만은 문득문득 떠오른다.
한국어를 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친절한 라오스 소년에게 내가 도움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미련이 있다.
가능하다면 펜팔이라도 하고 싶다고.
소년의 이름은 모르지만, 묵었던 숙소의 주소는 안다. 론리 플래닛에도 소개된 곳이니까.
- [2010/08/02] 명동에 오면 나도 대한민국 미소국가대표 (175)
- [2010/10/15] 라오스어 알파벳 (474)
- [2010/06/20] 주말 보내기 : 유월 셋째주 (1445)
Trackbacks 0
Comments 2
-
곧 메일 보낼께요. 고맙습니다.
론리플래닛을 뒤져 봤더니 그 숙소 이름은 Thavisouk Guest House네요. 푸시 뒷쪽에 있었죠. (메콩 쪽이 푸시 앞이라고 생각하게 되네요^^) PC방도 겸했던 것 같아요.
그 소년을 제외한 다른 어른들은 불쾌했어요. 시설은 그저 그랬고요. 그래서 그 소년이 제게 더 두드러지게 보였던 건지도 몰라요. 부모에게 불합리하게 야단맞는 소년만큼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것도 드물죠. 더구나 제 실수로 인한 것이라면 더욱.
라오스로 떠나기 전에 이런저런 만일을 위한 정보를 수집했었어요. 루앙프라방에서 제가 전화한 것은 영사협력원 이모씨와 영사 한모 서기관, 정모 행정원이었어요. 잘 모르겠는데, 영사관이 없어도 영사는 있나봐요.

호텔 이름이 무엇이었나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저에게 메일 주시면 도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루왕프라방에 거주하는 한인입니다.
ilovelaos@hanamail.net
그리고 루왕프라방에는 영사관은 없습니다. 비엔티엔에 대사관이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