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와 헤어짐. 소소한 일상
2010.06.14 14:34 Edit
살아가면서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남겨지는 일이 아닐가 싶다.
지난 주 금요일.
한 주의 업무를 마치고 즐거울 저녁 모임에 기분이 들떠 있을 무렵
대수로울 리 없는 전화 한통이 외할머니와의 이별을 통고했다.
유년의 대다수는 외가에서 자란 터라
친가보다도 정이 깊었던 외가이기도 했고,
유독 험한 말투의 외할머니께서도 나에게는 친손자 만큼의 애정을 보내주셨다.
올해 여든 여덟.
짧은 생을 아쉬워할 연세는 아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했지만
평소에 너무나도 정정하셨던 분이라
짧은 병환 중에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열명 남짓한 친손자 보다도 먼저 도착한 장례식장은 재작년 외삼촌을 배웅하던 그 곳.
옛사람 답지 않으시게 자연스러운 미소로 찍은 사진에 깊은 이질감을 느끼며 빈소에 무릎을 꿇자마자
한껏 긴장했던 가슴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먹먹해진 가슴에 기도도 떠오르지 않고 옆에서 들려오는 친지들의 곡 소리에
빈곤한 눈물이 떨어졌다.
여간해선 가족 일에 무심한 어머니도 결국 목놓아 우시기 시작했고
왠지 뻘쭘한 기분이 들어 하얀국화 한 송이 얹어놓고 빈소를 나와 담배를 물었다.
하나둘 조문객이 늘어감에 곡소리도 높아지고
담배연기에 어릴 적 놀던 외가집의 툇마루가 피어올랐다.
군입대 전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혼자 해 드시던 작은 전기밥솥에 가득 쌀을 앉혀놓으시던 뒷모습이 피어올랐다.
며칠 전 병문안을 드리러 갔을 때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던 커칠고 커다란 손이 피어올랐다.
담배연기가 맵다고 생각되기는 처음이었다.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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