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야기를 쓰다 잡문

 나의 첫 연애소설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어렸을 적이라 사랑 얘기는 잘 써지지 않았다. 그 당시에 쓴 이야기들에는 사랑의 내용은 없었고, 처음 구상해본 연애소설도 사랑 안 해본 사람다운 풋풋함으로 가득했다. 결국, 완결 내지 못하고 구상으로만 끝난 게 내 첫 번째 연애소설이었다.

 내 두 번째 연애소설이 떠오른다. 난 이 시절의 내 글을 좋아한다. 한창 이상의 글에 빠져 문체나 이야기 방식이 닮았었다. 덕분에 휴대전화로 급하게 썼던 짧은 연애소설은 몇 번을 수정하고 고쳐 써도 내가 원하는 이야기 전달이 잘 안 된다. 나중에 내 단편집이 나오게 된다면 다시 써보고 싶다. 연애가 없는 연애. 허울과 가상에 둘러싸인 연애들이 내 두 번째 연애소설을 지어냈다.

 세 번째 연애소설이 떠오른다. 세상의 모든 솔로에 바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 처음 공개했을 땐 이야기 전달이 잘 안됐는데, 새로 쓴 건 어떨는지 모르겠다. 이럴 때면 난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게 아니라, 글을 써야만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네 번째 연애소설을 오랫동안 쓰고 있다.

 모르겠다. 유행가의 모든 내용은 사랑이고, 문학의 주 내용도 사랑이며, 종교의 주 내용도 사랑이다. 사랑 이야기를 거부하는 혹은 거부하던 모든 것들이 결국은 사랑으로 돌아온다. 나 역시 다른 모든 이들처럼 사랑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나름의 정의를 얻어내야 하는 나이가 됐다. 답을 얻는 참 흔하고 식상한 과정이, 이제 일 년째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어색하다. 여자들이 동성 친구를 향해, 부모가 자식을 혹은 자식이 부모를 향해, 예배당에서 신도들이 서로에게 말하는 사랑이 어색했다. 내 입에서 나오고 내 귀로 들려오는 그 아름다운 말에 마음 한켠에 쭈그려 앉은 꼬마는 하지 말라, 간지럽다, 듣기 싫다며 투정이다. 이 못난 꼬마가 투정을 부리지 않는 건, 직접 마음으로 찾아와 꼬마의 귀에 사랑한다고 말해줄 때뿐이다.

 그래서, 내가 연애소설을 쓰고 있다.

 샤워할 때 몸에 칠하는 향기나는 비누 거품일까 두렵기도 하다. 비누거품도 결국에는 샤워기 물에 자신이 쓸려버릴 것을 안다. 언젠가는 비누가 들은 통도 깨끗이, 아니, 조금은 찝찝하게 비워지고, 쓸모가 없어진 통을 최대한 멀리 버리겠지. 누구도 비누가 없는 샴푸 통을 소중히 간직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난 어머니의 일을 떠올린다. 샴푸를 다 썼다는 내 말에 빈 통을 가져가 새 비누를 부어 다시 주시던 어머니. 어머니는 아끼기 위해 비누를 부으셨던가. 아니면 비누통을 소중히 여겨 새것을 부으셨던가.

 어둠이다. 분명히 어둠이다. 불 꺼진 화장실 같은 불안함이 있다. 그래도 내가 어둠 속에 소리를 치면 누군가 미안하다며 다시 불을 켤 것임을 믿는다. 난 불이 켜진 샤워실 안에서, 물비누에 몸이 달아 버리길 원한다. 내 손가락으로,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다.


일주년 입니다.

그래서, 썼습니다.

수험생답게, 자습 시간에 갑자기 썼습니다.

그분이 볼지는 모르겠는데,

고맙습니다. 버텨 주셔서.

여기다 쓰기는 좀 민망한 편인 이야기입니다만

예약 포스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근황보다 이 글이 먼저 올라오게 됐군요.

언제쯤 토트에서 예약 포스팅이 제대로 될까요. 하하.

Share
이 글과 관련된 글
  1. [2011/08/11] 박범신의 소설, 은교 by mAkaRios (2413, 2)
  2. [2011/08/04] 우슬라의 꿈 by mAkaRios (1431, 2)
  3. [2010/12/15] 씨티은행과 함께하는 그린싼타 캠페인 by news (296)
  4. [2007/01/21] 매트릭스 '그'는 사랑으로 만들어졌다. by Jerry (306) *4
  5. [2007/01/10]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공통점 by Jerry (217)
TAG

Leave Comments



T-NA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