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원고 - 앱스토어, 한국에서 불편한 까닭은? 라디오 원고
2010.03.16 09:08 Edit
어제 녹음한 라디오 방송 원고입니다. 주제는 '스마트폰 앱스토어, 한국에서 불편한 까닭은? - 정부 정책과 글로벌 비즈니스의 충돌'입니다.
KBS월드 라디오의 '시사충전, 여기는 서울입니다'에서 매추 월요일 IT 관련 꼭지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해외향 방송이라 국내에선 인터넷으로만 들을 수 있다는.. ^^;
요즘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이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 즉 애플리케이션을 사고 팔 수 있는 앱스토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앱스토어는 스마트폰을 제대로 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 중에 하나인데요, 우리나라의 게임 심의 정책 때문에 국내 사용자들은 해외 쪽 앱스토어는 제대로 쓰지 못 하게 될 수 있다고 합니다.
1. 요즘 많이 들리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앱스토어인데요, 이 방송에서도 여러 번 나왔지만 다시 한 번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 네, 앱스토어란 쉽게 말해서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즉 애플리케이션들을 사고 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입니다. 애플이 2008년 아이폰과 아이팟터치 사용자를 대상으로 앱스토어를 처음 열었는데요, 아이폰 성공의 1등 공신이라 할만큼 큰 반응을 얻었습니다. 지금까지 14만개 이상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등록되어서 30억회 이상 다운로드되었다고 합니다. 개발자들에게 수익의 70%를 배분하는 정책을 택해 더욱 많은 개발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했습니다.
애플 성공 이후 앱스토어는 모바일 사업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잡아서, 모바일 분야 주요 기업들도 잇달아 유사한 앱스토어를 열었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2. 애플 앱스토어 외에 대표적인 모바일 프로그램 장터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스마트폰 운용체계(OS)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앱스토어를 열었습니다. 구글은 자신들이 만든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한 ‘안드로이드 마켓’을 열었고요, 최근 ‘윈도모바일 7.0’을 내놓으며 스마트폰 분야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모바일 마켓플레이스’를 열었습니다. 노키아는 ‘OVI 스토어’ 블랙베리 사용자들은 ‘블랙베리 앱 월드’에서 앱을 구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예외가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플랫폼인 ‘바다’를 공개하며 앱스토어도 함께 열었고요,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통신사들도 자체 앱스토어를 열었습니다.
3. 그런데 국내 사용자들은 해외쪽 앱스토어를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다는데 무슨 얘기인가요?
- 네, 한국에도 아이폰이나 안드로이폰 사용자들이 있습니다만, 여러 애플리케이션들 중에서 게임 프로그램들은 마음 편히 쓰지 못 하고 있습니다. 애플 앱스토어를 비롯해 대부분의 앱스토어에서 가장 인기있는 분야가 게임입니다. 인기 프로그램 순위의 절반 가까이는 게임이 차지하고 있죠. 애플 앱스토어의 15만개에 가까운 애플리케이션 중에 약 2만5000개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한국 애플 앱스토어에는 게임 카테고리 자체가 아예 없고요,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 대해서도 지난주 우리나라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접속 차단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지난 1월 한국에 윈도모바일 마켓플레이스를 열었다가 거기 올라와 있는 게임들 심의를 안 받은 것이 문제가 돼 일단 마켓 자체를 닫았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다양한 게임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것이죠. 우리나라 회사가 만든 게임도 국내에선 못 하고 외국 사람들만 할 수 있는 형편입니다.
4. 한국 사용자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유독 불편을 겪는 것 같은데요,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건가요?
- 설명하자면 좀 긴데요, 우리나라의 게임 심의 정책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모든 게임들은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 심의를 받도록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사행성이 짙거나 지나친 폭력, 선정적 내용이 담긴 게임을 청소년들이 접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게임에 보면 ‘18세이용가, 전체이용가’ 이런 식으로 등급이 붙어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 국가에선 대부분 게임에 대해 자율심의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애플 앱스토어는 애플에서 자체적으로 심의를 하고 있고요,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 같은 경우 사전 심의 없이 문제가 된 게임만 사후에 제재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니까 세계 모든 앱스토어에서 게임이 똑같이 유통되는데, 한국에서만은 따로 서류를 제출하고 비용을 들여서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비디오게임이나 온라인게임같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들이 만들 수 있는 게임과 달리, 앱스토어의 게임들은 개인 개발자나 소규모 기업이 개발한 경우가 많은데요,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씩 쏟아지는 이런 작은 게임들까지 모두 심의를 받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지금 안드로이드 마켓에 게임이 4400여개가 올라가 있는데요, 게임물등급위원회가 1년에 심의할 수 있는 게임은 한 3000개 정도라고 합니다. 심의를 한다 해도 문제인 것이죠.
5. 그래서인지 구글은 아예 한국 법을 따르지 않고 한국에서도 그냥 다른 나라와 똑같은 방식으로 안드로이드 마켓을 운영하겠다고 했다죠?
- 네, 현재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에는 4400여개의 게임들이 올라와 있고 국내 이용자도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들은 모두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는 셈입니다. 혹시 폭력, 선정성이 심하거나 사행성이 있는 게임이라도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노출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지난주 구글코리아에 대해 국내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을 유통하는 것에 대해 시정 권고문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별도의 조치가 없을 경우 안드로이드 마켓에 대한 접속 차단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국 법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최악의 경우 형사 고발도 가능합니다만 구글은 해외 기업인만큼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고, 아마 게임 카테고리만 차단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반면 구글코리아는 “전세계에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 국가에 대해서만 별도의 서비스를 하긴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또 요새 같은 유무선 통합 환경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차단한다고 해도 유의미한 사용자 보호가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입니다. 사실 우회로는 얼마든지 있기는 합니다.
6. 그런데 구글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죠?
- 네, 작년에 구글은 제한적 본인확인제 문제로 한국에서는 자신들의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인 유튜브에 동영상과 댓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막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인터넷 서비스에 게시물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려면 주민등록번호 등을 통해 본인확인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실시되고 있는데요, 구글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 누구나 익명으로 유튜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자사 방침을 포기하지 않고 한국에서의 동영상 댓글 업로드를 막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국적 설정을 ‘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바꾸기만 하면 얼마든지 동영상과 댓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많이 불쾌해했다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만, 하여튼 그때는 그래도 지키고 싶지 않으면 피하는 흉내라도 냈는데, 이번에는 피하지도 않고 그냥 강행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7. 다른 기업들 입장은 어떤가요?
- 다른 기업들로선 좀 허탈할 듯 합니다. 법을 따르려는 회사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번거롭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정작 법을 따르지 않는 기업에 대해선 별 제재 수단이 없는 거 아닙니까? 당장 게임 심의를 받기 위해 윈도모바일 마켓플레이스를 임시 차단한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는 불만이겠죠. 법을 꼬박꼬박 따르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사나 인터넷 기업들도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 기회에 세계 비즈니스 환경과 어긋나 있는 국내의 게임이나 인터넷 관련 규제들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세계가 유무선 정보통신 기술로 하나가 되고 있는데 실효성도 없는 규제들로 사용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국내 기업들을 역차별할 이유가 뭐가 있냐는 주장입니다.
8. 국내 법이나 제도를 무시할 수도 없고, 글로벌 환경에서 소외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없고 참 애매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 네, 정책이 사회 변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인데요, 사용자들을 편리하게 하고 기업들은 최고의 창의성을 발휘하며 세계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해 주는 유연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the Road Less Travell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