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녀의 오전 단편
2010.02.25 22:40 Edit
마녀는 얼빠진 표정으로 시계를 봤다. 10분.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난 지 십 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던 마녀는 시간을 돌리기로 했다. 곧 뒤로 밀려났던 의자가 다시 책상 쪽으로 당겨지고, 앉았던 그녀의 몸이 앉을 때와는 반대로 일으켜졌다. 힘없이 바닥을 향했던 손끝이 부드럽게 뒤틀리며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붙잡았다. 손가락이 이상한 모양으로 뒤틀리면서 폴더를 열어 마녀의 귀에 붙였다. 곧 전화기 너머에서 누군가의 말 비슷한 게 들려왔다.
'거꾸로 듣는 말은 생각보다 많이 이상하구나. 아마 음절이 하나하나 분리돼서 거꾸로 들리기 때문이겠지. 목소리가 침울한 건 느껴지지만, 애흐느아이미라니. 이게 무슨 말인지 전혀 알 수 없잖아. 다행이다.'
마녀는 최대한 자신이 신기해하는 부분에 집중하며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남자의 말을 지우려 애썼다. 전화기 너머의 말이 끝나고 여자의 입에서 에오이그아즈라는 말이 나왔다. 이번에는 신경 쓸 곳이 없어 자신이 뱉은 말을 금방 이해해버렸다.
손이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어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손은 책상 위의 휴대전화가 울리기를 멈추자마자 다시 집어들어 귀에 붙였다. 다시 한 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반복됐다. 조금 전과 다른 점이라면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무미건조하다는 것과 침울한 목소리의 남자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뱉은 말을 이해한 덕분에 머리가 멍해진 마녀 정도였다. 하지만 상대방의 말이 진행될수록 정신은 점점 맑아졌다. 정신이 멍해지는 동시에 맑아진다니. 마녀는 자신이 조금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기분이 겹쳐서 그런지 다행히도 그녀는 이번 전화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일방적인 통보가 끝났을 때 여자의 정신은 완전히 맑아졌다. 손은 어느새 전화기의 무음 버튼을 해지하고 다시 책상 위에 휴대전화를 올려놨다. 휴대전화에서 소음이 들려왔다.
'거꾸로 듣는 휴대폰 벨 소리는 말보다 훨씬 섬뜩하구나.'
여자의 손이 뭔가를 잡는 자세를 취했다. 방바닥에 너저분히 깔렸던 종이들이 그녀의 손으로 날아들어 왔다. 마지막으로 날아든 종이로 그녀는 손이 잡은 종이 더미가 자신이 쓴 원고임을 알게 했다. 맞다. 그러고 보니 오늘 결과 발표하는 날인데. 마녀는 이미 결과를 들은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무시하고 종이 뭉치를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리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결과가 잘 나오기를 기도했다.
여자는 뒤로 걸어 침대에 기형적인 모습으로 기어들어 갔다. 몸이 완전히 이불에 파묻히자 여자는 시간 돌리기를 멈추었다. 하품도 하지 않았는데 창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기지개를 켜는 여자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에이, 그냥 기억을 지울걸. 이러면 한 번 더 해야 되잖아.'
결국 마녀는 시간을 빨리 돌리기로 했다.
원래 이 이야기는 <어느 초능력자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뒷이야기가 더 있는 글이다.
뒷이야기가 잘린 이유는, 처음에 생각해내서 쓴 원고가 이 나이에 쓰기엔 너무 선정적이지 않나 싶어서이다.
혹시나 누가 본다면, 그래서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말한다면 써서 전시해 볼 생각이다만, 누가 보겠나 싶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보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보고 있다던가. 그래야 할 텐데. 아닌가.)
내가 쓴 이야기 중에는 제일 현실적이고 한국문학 적이라고 자부하는(정확히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정도?)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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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