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연속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으로 뽑힌 미국 SA...



- 회사는 숲속에 있었다. 365만㎡(110만평)에 이르는 숲속. 아침저녁으로 사슴과 코요테가 나타난다. '쌔스 인스티튜트(SAS Institute)'. '비즈니스 정보 분석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1위 회사다. 대학에서 사회과학이나 통계학, 공학을 전공했다면 'SAS'라는 통계 처리 프로그램을 사용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회사가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상상을 뛰어넘는 사원 복지 덕분에 12년째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포천지 선정)에 포함됐다(2009년엔 20위였다). 1998년 구글을 창업한 세르게이 브린과 로렌스 페이지가 '지식 근로자'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답을 얻은 곳도 바로 '쌔스'였다. 2003년 미국 CBS방송의 유명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은 "직원을 왕(王)처럼 대접하는 회사"라고 했다. 

- 4240명이 근무한다는 이른바 '캠퍼스(이 회사는 사옥을 이런 명칭으로 부른다)'엔 워킹맘을 위한 유아원이 두 곳이나 있다. 최대 500명의 아이를 돌볼 수 있다. 그래서 점심 때 엄마와 아이가 함께 식사한다. 병원도 있다. 4명의 의사와 20여명의 간호사가 상주한다.

- 기자는 캠퍼스의 19개 건물 중 하나로 들어가면서 깜짝 놀랐다. 사무실 건물인데 사람이 안 보이는 것이다. 신입 사원을 포함해 전 직원이 개인 사무실을 쓰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업 임원실이나 교수 연구실처럼 방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사람을 볼 수 없다. 식당에선 직원들이 라이브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식사한다. 체육시설로는 수영장과 농구 코트, 라켓볼 코트가 있고, 편의시설로는 마사지실과 미용실, 보석 세공실이 있다.

- 더 감동적인 것은 인사 시스템이다. 이 회사엔 야근과 잔업 그리고 해고와 정년이 없다. 근무시간은 주당 35시간. 회사는 직원들의 '칼 퇴근'을 보장하기 위해 오후 5시 이후엔 전화를 자동응답기로 전환한다. 사상 초유의 경제 불황으로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대량 해고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 회사 직원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CEO가 "불황으로 인한 인력 감원은 없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정년이 없어 60세가 넘은 직원들이 적지 않다.

- 어떻게 이런 회사가 만들어졌을까? 이런 회사가 어떻게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꼬리를 무는 의문을 짐 굿나잇(Jim Goodnight·66) 창업자 겸 회장에게 풀어놓았다. 그는 회사를 이렇게 특별한 방식으로 경영하게 된 데는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고 했다.  

첫째, 창업 당시 그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었다. 공동 창업자들도 어린 아이들과 가족이 있었다. 그들 모두는 아이들이 부모를 필요로 할 때 충분한 시간을 함께 해 주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간다든가, 아이가 학교에서 하는 첫 연극이나 첫 축구 경기에 부모가 가 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 아닌가요? 9시부터 5시까지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이라고 해서 이를 가족들과 함께할 수 없는 시간으로만 여겨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시간에 회사에서 일을 한다고 대단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회사 설립 초기부터 가족을 등한시하는 일이 없도록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게 됐습니다."  

"둘째, 1966년 GE에서 1년간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근무 규율이 너무 엄격해 이직률이 50%가 넘었다. '회사를 이렇게 운영하면 문제가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경영은 이익 창출과 사원 복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회사가 이익을 내면 일정 부분 직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내 경영 철학이다. 덕분에 쌔스의 이직률은 4%로 IT업계 평균 이직률 20%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 지나친 사원 복지가 비효율과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걱정한다면 기우(杞憂)다. 쌔스는 1976년 창업 이래 33년간 단 한번의 적자도 없이 연평균 8.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22억6000만달러(약 2조6170억원)였다. 차입금은 제로이다.

- "나 자신이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한번은 늦은 밤까지 남아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는데, 다음날 아침에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다시 보니 형편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부터 야근은 비효율적이라 생각하게 됐다. 오랫동안 사무실에 남아서 무엇인가를 입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낮 시간에는 비생산적일 것이다. 나는 직원들이 9시부터 5시까지 근무시간 중에 열심히 일하고, 그 후에는 집에 가서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재충전한 다음, 다음날 새로운 기분으로 출근하길 독려한다." 이 회사는 주 35시간 근무 범위 내에서 근무시간은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직원들이 많지만, 개인 사정에 따라 7시에 출근해 3시에 퇴근하기도 한다.

- "나는 '직원을 위한 기업 환경'이 쌔스의 이익과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좋은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직원들 스스로 회사 다니는 일에 가치를 느끼고 만족해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직원을 만족시키면 직원들은 좋은 제품을 개발해 외부 소비자를 만족시킨다. 그래서 소비자의 제품 구매가 늘어나면서 회사가 성장하는 선순환을 이루게 된다. 우리가 개발한 '일과 삶의 균형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도 제거해 준다. 회사에서 개최하는 '세금(稅金) 세미나'나 '신생아 출산 세미나', '노인 가족 돌보기 세미나'가 직원들의 평소 고민거리를 해결해 줌으로써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물론 쌔스가 수십 년간 끊임없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기에 이익을 직원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었다. 나는 회사의 이윤을 세금으로 내는 것보다 직원들에게 복지 혜택으로 제공해 나누고 싶었다."

- 쌔스가 다른 회사들과 크게 다른 점 중 하나는 비상장기업이라는 점이다. 굿나잇 회장이 전체 지분의 3분의 2를, 공동 창업자 중 한 사람인 존 설 부회장이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 "쌔스를 창업할 당시엔 요즘처럼 IT 투자펀드 같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공동 창업자들의 투자금으로 출범했다. 다행히 회사가 첫해부터 수익이 났고, 이후 30년 넘게 흑자를 이어갈 수 있어서, 외부 자금 조달을 위한 기업공개가 필요 없었다. 그런데 개인기업으로 운영하는 장점이 많다. 이사회나 주주들의 눈치를 볼 것도 없고, 뉴욕 증시가 출렁거려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직원과 고객의 행복과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쌔스 경영의 장점이고 성장 비결이다."

- 굿나잇 회장은 오전 11시에서 시작한 1시간 동안의 인터뷰가 끝나자, "점심 시간인데 함께 식당에서 먹자"며 구내식당으로 안내했다. 피아노 연주가 울려퍼지는 대형 식당에 도착한 그는 일반 직원들 뒤에 줄을 서서 직원들과 격의 없이 인사를 나누고 대화했다. 임원용 식당이나 테이블은 별도로 없었다. 그는 약속이 없는 한 늘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이야기하면서 식사한다고 했다. 약 15분에 걸쳐 식사를 마친 굿나잇 회장은 "체육관에 가서 운동할 시간"이라며 작별 인사를 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2/11/2009121101200.html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2/11/2009121101116.html?Dep0=chosunnews&Dep1=related&Dep2=related_all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2/11/2009121101105.html?Dep0=chosunnews&Dep1=related&Dep2=related_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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